2019년 소비자물가 역대 최저 / 전년대비 0.4% 상승 그쳐 / 0%대 외환위기來 세 번째 / 근원물가도 20년 만에 최저 / 2020년 목표 정부 1%·KDI 0.6% / 저물가 예고 속 디플레 우려
통계청 이두원 물가동향과장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2019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고된 결과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내내 0%대, 심지어 마이너스 상승률까지 기록한 결과다.
1년 내 경기 침체 속에 물가까지 낮아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았다. 다만 12월 상승률은 0.7%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2015=100)는 104.85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통계청이 1965년부터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했는데 5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8년 말 정부가 제시한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1.6%)에 못 미치고 4분의 1 수준에 그친 셈이다.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 2.0%에는 5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0.8%를, 2015년 저유가와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0.7%를 기록했다.
저물가로 가계 살림이 나아질 듯하지만 전체 경제에는 좋지 않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소비자는 가격이 더 내릴 걸로 기대하고 소비를 미루고, 생산자는 물건을 팔 수 없으니 가격을 내리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생산과 투자도 위축된다.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셈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이끌었던 ‘디플레이션’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새해에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면서 공공요금을 비롯해 각종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연간 지수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류가 -5.7% 감소해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내렸다. 농·축·수산물도 -1.7%를 기록하며 전체 물가를 -0.13%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기로 구분해 보면 상반기 0.6%, 하반기 0.2%였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를 기록하며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10월 0.0%로 보합, 11월 0.2%에 그친 영향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 측 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0.9% 상승에 그쳤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0.3%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근원물가는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다. 정부가 저물가 요인으로 설명하는 농산물이나 석유류를 제외하고도 0%대 저물가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5.12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12월 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9% 상승하며 1999년(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는 ‘2020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목표치를 1.0%로 전망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0.6%를 전망해 격차를 보였다. 정부 전망과 KDI 전망치 모두 저물가 흐름을 예고한 것은 마찬가지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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