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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암매장 왜 안 밝혀지나···전문가들이 꼽은 두가지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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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도소 유골 암매장 의혹 'DNA 감정'이 열쇠

5·18 연구교수 "신군부의 암매장 기록 은폐 추정"

허허벌판에서 도심된 옛 광주교도소 발굴도 난항

5·18 민주화운동 이후 약 40년 만에 옛 광주교도소에서 40여 구의 신원미상 유골이 발견됐지만, DNA 정밀감식 외에는 암매장 의혹을 규명할 단서가 없다. 5·18 전문가들은 암매장이 밝혀지지 않는 이유로 구체적인 암매장 기록이 없고 도시가 확장하면서 뒤따른 지형지물의 변화를 꼽는다.



1980년부터 계속된 암매장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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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부지 무연 분묘 발굴. 프리랜서 장정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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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송 전남대학교 5·18 연구소 교수는 3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1980년 5월 희생자들의 암매장 의혹은 여러 5·18 진상규명 과제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문제"라고 했다. 5·18 이후 행방불명 신고는 448건으로 이 중 84명이 행방불명 관련자로 인정됐고 6명의 시신만 확인됐다.

광주시가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청주의 한 공사장, 화순 너릿재, 담양, 광주공원 충혼탑, 광주 학동 야산 등에서 암매장 발굴작업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5·18 기념재단이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진행한 광주교도소 암매장 발굴작업에서도 유골을 찾지 못했다. 1980년 사라진 희생자들이 어딘가 묻혀 있을 것이라 추정만 할 뿐이다.

김 교수는 "신군부 세력이 5·18 직후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1980년 6월 5일부터 진상조사를 하는데 암매장까지 확인하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록이 있다"며 "1988년 국회 광주 청문회 때 암매장 의혹이 제기되고 1995년 '5·18 12·12' 검찰 수사에서 다뤘지만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군 관계자의 양심선언이 가능한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고 군 기록에서도 암매장이 아닌 '가매장'했다는 소수 기록만 있었을 뿐이다"고 했다.



"암매장 기록이 없다" 신군부의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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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에서 검경, 군 유해발굴단 등으로 이뤄진 합동조사반이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유골을 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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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5·18 암매장 의혹을 일부 다뤘던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는 "5·18과 관련해 사망자들의 시신을 어떻게 수습했는지를 정리한 자료는 분명하지 않다"며 암매장 의혹 진실규명에 한계를 남겼었다. 김 교수는 "신군부의 기록 은폐"를 원인으로 본다.

김 교수는 "일례로 1980년 6월 부대로 복귀한 공수부대를 광주로 불러 가매장지에 대한 조사까지 했지만 이후 어떻게 처리했다는 기록이 없는데 신군부가 은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각에서 암매장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자료 은폐가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숱한 의혹에도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것이다"고 했다.



"묻었다 기록 있어도 군은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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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지난 19일 옛 광주교도소 내 무연고 묘지 개장 작업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여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작업자들이 유골을 수습 중인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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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은 "전남대학교 뒷산에 시신 1구를 묻었다는 군 기록을 보고 군에 시신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니 군의관이 묻으래서 묻었을 뿐 인계할 시간이 없이 퇴각해 모른다고만 했었다"고 전했다. 정 전 회장은 5·18이 끝난 뒤인 1980년 6월 상무대 사격장에서 가매장된 동생의 시신을 찾은 뒤 암매장 의혹을 쫓아왔다.

정 전 회장은 "검찰과 국군통합병원 등 9종류의 검시조서를 모두 확인했는데 그 중 딱 1개 서류에서 '전남대에서 인수'라는 글귀가 있었다"며 "군도 모른다는 것을 전남대 관계자에게 물어 매장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이어 "모든 기록을 전부 다 확인하지 않고서는 희생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다. 그게 5월이다"고 했다.



수십 년 세월에 바뀐 지형지물도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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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ㅣ난 2017년 11월 13일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이 암매장 추정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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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당시 옛 광주교도소 주변은 허허벌판과 산밖에 없었다. 현재 옛 광주교도소 부지가 있는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일대는 도심으로 변해 아파트와 도매시장, 골프연습장까지 들어섰다. 광주교도소 내 유력한 암매장지로 지목됐던 북쪽 담장 인근도 콘크리트 포장돼 2017년~2018년 발굴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5·18 기념재단은 지난 2017년 군부대(상무대 기갑학교) 내 암매장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지만 3개월 전 건물이 들어서 발굴 작업이 불가능했다.

광주광역시=최종권·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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