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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헌재, 韓日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각하 "조약 아닌 정치적 합의…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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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징용 피해자들이 낸 정부 상대 헌법소원도 각하

양국관계 큰 영향 줄 두 소송, 아무런 실체 판단 없이 끝나

헌법재판소는 27일 위안부 피해자 29명과 유족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却下)했다.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도 역시 각하했다. 이로써 한·일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두 소송 모두 아무런 실체 판단 없이 끝나게 됐다.

2015년 12월 한·일 양국은 외교장관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합의 내용을 밝혔다. 2011년 헌재가 "국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일본이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하고 한국이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에 출연하며 이로써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不可逆)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16년 "피해자들을 배제한 합의를 통해 이들의 재산권과 알 권리,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이들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당시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니라 '비(非)구속적 합의'에 불과하다고 봤다. 조약 대신 '기자회견' 용어를 썼고, 조약 체결에 필요한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출연에 관한 부분도 그 시기나 방법 등이 정해지지 않아 추상적이며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또한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봤다. 헌법소원은 구속력이 있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처분이나 법 규정에 대해서만 낼 수 있다.

헌재는 "심판 대상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이며, 과거사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외교정책적 판단이라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이라고 했다.

헌재는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부작위(不作爲) 위헌 확인' 헌법소원에 대해선 "정부가 나름대로 의무를 이행해 부작위로 볼 수 없다"며 각하했다. 한모씨 등 사할린 동포들은 과거 일본 소속 회사의 탄광 등에서 강제 노동을 하며 받은 급여를 일본 우편저금 등으로 예금하도록 강요당했고 아직까지 환급받지 못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이후 귀국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할린 동포의 재산권은 협정에 의해 소멸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012년 "청구권 협정에 대한 견해차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을 하지 않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정부가 2013년 일본에 대해 청구권 문제 해석 충돌에 대한 한·일 외교 당국 간 협의를 제안하는 등으로 노력했다"고 했다.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에 큰 파장이 일면서 이 두 사건의 결론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헌법소원 대상도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 위안부 합의는 3년 만에, 사할린 사건은 무려 7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면서 눈치를 봤다는 비판도 나온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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