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원 27개 단체중 ‘A등급’
2010년 ‘인터넷 좌익 소탕’ 명분
사이버정화시민연대 만들어
‘반국가 친북좌파 69곳’ 발표
삼성은 그대로 ‘불온단체’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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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진보성향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분류하고 계열사 직원의 후원 여부를 사찰한 사실(▶관련 기사 : [단독] 삼성, 직원 연말정산 정보 뒤져 ‘진보단체 후원’ 수백명 색출)이 드러난 가운데 삼성이 불온단체 분류에 참고한 자료를 만든 보수단체 ‘사이버정화시민연대’가 국가정보원의 지원을 받은 단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5월 국정원의 민간 여론 조작 조직인 ‘알파팀’에 ‘지원할 만한 우파단체 리스트를 정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알파팀은 ‘우파단체 소개 시리즈’란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해 같은해 5월13일 국정원에 전달했다. 알파팀 보고서에는 20개 우파 단체에 대한 소개와 함께 주요 활동 내역, 최근 활동 실적 등이 담겼는데, 20개 중에는 ‘국가쇄신국민연합’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쇄신국민연합은 우파 단체의 연합체를 표방했지만 실제론 ‘라이트코리아’ 한 곳이 주도한 모임이다. 국정원에 전달한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 알파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가쇄신연합은 당시 우파 단체에 흔했던 기자회견용 단체 이름이었고, 실상은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2014년 사망)의 단체였다”며 “국정원에서 지원할 단체 동향을 파악해달라고 요청이 왔을 때, 봉 대표가 있던 라이트코리아를 국가쇄신연합으로 적어 보고했다”고 말했다.
알파팀의 보고 이후 2010년부터 국정원은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 사업’을 시행하며 알파팀이 제출한 20개 단체에 관변 단체 7개를 더해 모두 27개 보수단체에 금전 지원을 시작했다.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5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했는데, 라이트코리아는 변희재씨가 대표로 있던 미디어워치 등과 함께 관변단체를 뺀 단체 중 가장 높은 에이(A)등급으로 분류됐다. 당시 국정원이 대기업을 동원해 지원한 돈은 2010~2011년 2년 동안 68억원이었는데, 라이트코리아는 한화와 지에스(GS)에 ‘매칭’돼 수억원을 받았다.
국정원 지원이 시작된 직후인 2010년 8월 라이트코리아는 사이버정화시민연대를 만들었다. 삼성이 불온단체 선정 기준으로 삼은 ‘반국가 친북좌파 69곳’ 목록이 바로 이 단체에서 발표한 것이다. 2010년 10월15일, 라이트코리아와 사이버정화시민연대는 ‘반국가 친북 좌파 사이트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보수단체 관계자는 “아스팔트 우파 활동이 중심이던 봉 대표가 2010년부터 갑자기 인터넷 좌익 소탕 활동에 나서겠다며 사이버정화시민연대를 꾸리고 열심히 활동했다”며 “당시 대놓고 얘긴 안했지만 인터넷 여론 작업을 강조하는 걸 보며 국정원이 연계되어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계열사 임직원들의 정치적 견해를 확인하기 위해 직원들을 광범위하게 사찰하고, 국정원의 불법 지원을 받은 극우 단체의 명단을 활용해 불온단체를 선정한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반헌법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는 “국정원이 극우 단체를 불법 지원한 것은 민주사회의 다양한 의견 개진을 억압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특정한 이념으로 묶어 기본권을 박탈하려던 반헌법적 행위였다”며 “그런 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진 명단을 토대로 삼성이 직원들의 정치적 권리를 탄압했다는 것은 경영진들이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을 갖추긴 한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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