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유골함 위에 다른 유골 40구 발견
국과수, 유골 80여구 DNA 등 정밀감식
구멍 뚫린 유골에…아이 추정 두개골도
땅속 구조물 안팎서 유골 80구 발견
22일 법무부 등은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40여구의 신원 미상 유골을 발견해 5·18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발견된 유골 중 구멍이 뚫린 머리뼈의 모습. 오른쪽은 유골이 발견된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합장묘 형태. [뉴스1]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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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전 행방불명된 5·18 행불자 가족에겐 유골이 유일한 희망이자 희생의 증거입니다”
22일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호화(47)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지난 20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들과 5·18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정씨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기간에 아버지를 잃고도 시신을 찾지 못한 행불자 가족이다. 그는 “이번에 발견된 유골 분석작업에 정부와 법무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2년 전 진행된 교도소 발굴 때와는 달리 암매장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옛 광주교도소에서 신원미상의 유골 40여구가 추가로 발견돼 5·18 행불자 가족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골들이 땅속 콘크리트 유골함 구조물 위에 또다시 유골이 매장된 비정상적인 형태로 묻혀 있어서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신군부의 암매장 의혹이 제기된 5·18 사적지 중 한 곳이다.
22일 합동감식반과 5·18단체 등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 합장묘에서 발견된 유골들에 대한 정밀감식이 진행된다. 해당 유골 80여구와 기존 5·18 행불자 가족의 DNA를 대조하기 위해서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시신 수십구가 나와 관계자들이 출입 통제선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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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행불자 78명…시신도 못 찾아
이중 유골 40여구는 공동묘지 땅속에 만들어진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40여구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덮고 있던 봉분의 흙더미에서 발견돼 의혹을 키우고 있다. 당초 41구가 안치된 것으로 기록된 옛 광주교도소의 합장묘에서 신원미상의 유골 40여구가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행불자 가족은 머리에 구멍이 있거나 어린이로 추정되는 두개골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5·18과의 연관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당 유골들이 봉분에서 20㎝ 정도의 얕은 깊이에 흩어진 상태로 매장된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광주시와 5·18단체 등에 따르면 5·18행불자신고건수 448건 중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경우는 총 84명이다. 이 중 6명은 추후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밝혀졌지만, 나머지 78명의 주검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행불자 가족들은 지난 39년간 뼛조각이라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였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하는 아픔의 시간을 보냈다. 2017년 5·18기념식 때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이창현(당시 8세)군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이귀복(83)씨의 사연이 소개돼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매년 5월 17일이면 5·18국립묘지를 찾는 임옥환(당시 18세)군의 부모 등도 주검 없는 빈 무덤의 묘비를 붙잡고 통한의 눈물을 흘려왔다.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무연고자 공동묘지 위치도. 오른쪽은 지난 20일 합동조사반이 발견된 유골을 검시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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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례 암매장 발굴…성과 없어
그동안 5·18 암매장지 발굴 작업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옛 광주교도소와 화순 너릿재등지에서 11차례 이뤄졌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5·18 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주요 격전지이자 시민군들이 고문을 당했던 장소다.
5·18 당시 이곳에는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이 주둔한 곳이어서 유력한 암매장지로 지목돼 왔다. 5·18 당시 보안대 자료에는 이곳에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졌는데 이중 시신 11구만 임시 매장된 형태로 발굴됐다. 5월 단체들은 나머지 17명에 대한 암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2017년 11월에도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 작업을 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골과 5·18과의 연관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경, 군, 의문사조사위 등으로 이뤄진 합동감식반 측은 과학적 분석만이 5·18과의 연관성을 규명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골의 상태와 매장 형태 등을 고려했을 때 5·18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2017년 11월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진행된 5.18 암매장 유해 발굴 당시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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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연관성…속단은 이르다
합동감식반은 봉분의 크기가 작은 데다 묻힌 형태로 봤을 때 시신 상태에서 매장했다기보다 유골 자체를 묻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당 유골들이 1975년 이전에 사망한 사람들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흙더미에 묻혀있던 유골들이 1975년 조성된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있던 유골보다 부식이 더 심한 것으로 확인돼서다.
머리에 구멍이 뚫렸거나 크기가 작은 두개골이 발견된 것 역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광주교도소가 1971년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하기 전 동구 동명동 옛 광주교도소 당시 수감 중 숨진 4·3사건 희생자 등의 유골일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합동감식반 관계자는 “두개골 크기만으로 성인과 아동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머리에 난 구멍은 총상 등 외상의 흔적이라기보단 오랜 세월로 인해 부서진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합동감식반은 유전자 등 정밀 감식을 위해 유골 80여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국과수는 오는 23일 합동조사반과 5·18 관계자 등과 회의를 열고 향후 감식 기법과 참관 대상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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