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번주 초 정밀 감식 착수 예정
5·18 행불자 유전자와 대조하는 작업
1980년 신군부 암매장 의혹 제기된 곳
5월 단체 "5·18 연관성 밝혀질지 주목"
법무부는 20일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 일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신원 미상 유골 40여 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날 작업 과정에서 발견된 유골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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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의 암매장 의혹이 제기된 옛 광주교도소에서 신원 미상 유골 수십구가 발견되면서 정부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들과 연관성이 있는지 정밀 감식에 나섰다.
22일 법무부와 5월 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초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 유골 40여 구에 대한 정밀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5·18 행불자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하는 작업이다. 전남대 법의학교실에는 5·18 행불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이 보관돼 있다. 정밀 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해 5월 단체 측이 추천한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앞서 법무부와 검찰·국방부·의문사조사위원회·경찰·5·18단체 관계자 등으로 꾸려진 합동조사반은 지난 20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분묘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 유골 40여 구에 대해 육안 감식을 마쳤다. 유골들은 교도소에서 숨진 무연고 수형자 합장묘 아래쪽에 뒤엉킨 상태로 묻혀 있었다. 5·18 당시 암매장 시신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20일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를 찾아 신원 미상 유골 40여 구가 발견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무연고 분묘는 교도소에서 사망 후 2년 안에 시신을 인도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유해를 함께 묻은 곳이다. 현장에서 발굴된 유골은 전남 함평 국군통합병원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사적지 제22호로 지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에 참여한 시민군과 무고한 시민들이 옥고를 치렀던 곳이다. 5·18 동안 광주교도소에 주둔하던 계엄군이 담양과 순천으로 이동하던 차량에 총격을 가해 시민 수십명이 희생됐다.
법무부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솔로몬 로(law)파크'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공동묘지 개장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신원 미상 유골이 발견되면서 현재는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합동조사반 등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는 개인 묘 50기, 합장묘 2기가 조성돼 있다. 개인 묘 50기는 1972년 5월부터 1995년 9월까지 만들어졌다. 합장묘 2기 가운데 1기는 1975년 12월 11일 조성돼 20구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두 곳 모두 묘지를 옮기기 위해 무덤을 팠지만, 기록과 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20일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 일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신원 미상 유골 40여 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날 작업 과정에서 발견된 유골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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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미상 유골이 발견된 나머지 합장묘 1기는 1971년 4월 21일 만들어졌고, 41구의 유골이 안치됐다고 기록돼 있다. 동명동에 있던 옛 광주교도소가 같은 해 7월 이곳으로 이전한 것을 고려하면 해당 합장묘는 건물 신축 과정에서 과거 교도소에 있던 무연고자 유해를 옮겨 와 합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무덤을 파보니 41구가 안치됐다는 기록과 달리 유골 80여 구가 나왔다. 40여 구는 땅속에 만들어진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나머지 40여 구는 콘크리트 구조물 위 합장묘 봉분 흙더미에서 발견됐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대행과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은 신원 미상 유골이 발견된 지난 20일 현장을 찾았다.
합동조사반은 추가로 발굴된 유골을 상자 41개에 분류했다. 유골이 정확히 몇 개인지는 정밀 감식이 필요한 상태다. 합동조사반은 1차 감식 과정에서 2구의 두개골에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총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두개골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신원 미상 유골 가운데 5·18 당시 행불자의 것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이 주둔했던 곳이다. 5·18 직후 교도소 관사 뒤에서 시신 8구, 교도소 앞 야산에서 시신 3구가 암매장 상태로 발견됐다. 5·18 기념재단은 옛 광주교도소 근무자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교도소 부지 곳곳에서 발굴 작업을 벌였지만, 행불자의 유골은 찾지 못했다.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은 "1980년 광주교도소 주변 공동묘지 부근에 사망자를 묻었다는 광주지검 기록이 있다. 1980년 5월 20일께 생산된 공문이다"며 "암매장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무부의 DNA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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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발견한 신원 미상 유골과 5·18 암매장 의혹을 연관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5·18 기념재단은 신원 미상 유골이 확인된 곳이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형수 혹은 가족이 시신 인도를 거부한 무연고 수형자들이 묻힌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발굴 당시 법무부와 광주교도소가 제공한 서류를 통해 해당 구역에 묻힌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 원인이 확인됐다. 묘지 숫자와 사망자 숫자도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대행은 "우리가 관리하지 않은 유골이 발견됐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확인·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연유로 관리하지 않은 유골이 교도소 내에 묻히게 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조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써는 5·18과 관련이 있는지 속단하기 어렵다. 가능성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김준희·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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