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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청춘 되찾은 老배우의 비결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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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영상 데이터에 연기 더해 젊은 모습 만드는 '디에이징'

'아이리시맨' '제미니 맨' 등서 사용되며 청년·노년 넘나들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맨'에선 올해 76세인 로버트 드니로가 20대 청년부터 40대 중년, 80대 노년까지 연기한다. 조 페시(76)와 알 파치노(79)도 50년의 세월을 넘나든다. 예전 같으면 이들과 닮은 어린 배우들을 썼겠지만, '아이리시맨'에선 세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등장한다.

인공지능(AI)이 관객에게 더 젊게, 더 어리게 보이고픈 배우들의 꿈을 이뤄주고 있다. '디에이징(de-aging)' 기술에 AI와 데이터 추출 기술이 접목되면서 왕년의 배우들이 다시 스크린에 전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디에이징 기술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주름을 지우고 턱선을 다듬는 데 그쳤다. 지금은 현재의 연기에 젊은 시절 연기한 장면을 더해서 '젊은 모습'을 만든다.

조선일보

영화 ‘아이리시맨’에서 청년, 중년, 노년(왼쪽부터)을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 드니로의 현재 연기와 과거 젊은 시절의 얼굴을 합친 디에이징 기술로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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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개봉한 이안 감독의 '제미니 맨'에는 51세의 윌 스미스와 23세의 윌 스미스가 동시에 등장한다. '주니어'라 불리는 젊은 스미스는 100% 가상으로 만들어졌다. 50대의 스미스가 얼굴에 센서를 붙이고 주니어 연기를 한 뒤, 스미스가 20대에 연기한 드라마 '벨 에어의 프린스'에서 따온 얼굴을 입혔다. 가상 '주니어'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스미스 출연료(약 3500만달러 추정)의 두 배에 달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상대 배우의 연기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센서 연기'를 반대했다. 대신 다른 방법을 동원했다. 일단 적외선 카메라 두 대를 동원해 배우들 연기를 촬영한다. 배우들이 젊은 시절 등장한 영화에서 얼굴 표정 데이터를 수천 개 수집해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연기와 합친다. IT 전문지 와이어드에 따르면 디에이징에 쓰일 적합한 데이터를 찾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AI 기술이 동원됐다.

가장 최신의 대안은 딥페이크 기술이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를 합친 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는 완전히 쓰레기"라고 말하는 가짜 동영상이 이 기술로 만들어졌다. 가짜 뉴스와 포르노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어 '나쁜 기술'로 비난받지만, 영화계는 딥페이크가 디에이징을 더 쉽고, 더 싸게 만들어주는 '착한 기술'로 보고 있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기술적 한계가 있어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지난 5월 개봉한 '명탐정 피카츄'에서 빌 나이(70)의 젊은 시절 사진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딥페이크가 쓰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방대한 데이터 추출 기술과 AI 기술 덕분에 노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구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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