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산물 수출 확대·中 관세인하 일단 봉합
지재권·기술강제이전 등 핵심 쟁점은 여전
추가 논의 속 정치적 이해 따라 재개 가능성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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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가져왔던 미중 무역전쟁이 우여곡절 끝에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합의로 미국은 자국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구매를 약속 받았고,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중지 및 기존 관세 인하를 적용받게 됐다. 20개월간 치열했던 무역전쟁에 비하면 미흡한 성과지만, 대결 국면에서 합의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 기업 보조금 지급이나 기술강제이전, 지적재산권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신경써야 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로서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와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계산 속에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안에 양국 무역전쟁의 종전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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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합의에 이르기까지…20개월간 지속된 관세전쟁=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보호 무역주의를 취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무역흑자를 가만히 둘 수 없었고, 패권경쟁까지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카드를 빼들었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에 중국도 바로 다음날 돈육 등 미국산 수입품 30억달러에 대해 보복관세를 예고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이후 양국은 무역협상에 나섰으나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보복 관세 부과 대상과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지난해 7월 양국은 상호 34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8월에는 16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25% 관세를 서로 부과했다. 9월에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중국은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끝없이 이어지던 관세 전쟁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극적인 합의로 90일간 휴전에 들어갔으며 협상 국면으로 전환했다.
휴전 기간 동안 양국 협상 대표단은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면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으나, 이행 강제 방법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결렬됐고, 다시금 무역전쟁 모드로 돌입했다. 올해 5월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25%로 인상했으며, 중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은 무역회담을 재개하기로 공식 합의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협상에 진전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양국은 다시금 관세 부과와 보복 관세 부과의 악순환이 이어졌고, 신장 위구르 제재 등 정치 외교적 문제로 갈등 양상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지속은 양국 경제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치적 계산에도 유익하지 않다는 점에서 물밑 협상은 지속됐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무역전쟁에 힘들어 하는 농민들과 제조업자 등 자신의 지지자들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며, 시 주석 역시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양국은 지난 10월 무역협정 부분 합의에 이르렀고, 12월들어 1단계 합의안에 최종 서명을 할 수 있었다.
▶핵심 내용 빠진 1단계 합의, 추가 합의가 관건= 양국이 우여곡절 끝에 1단계 합의에 이르렀지만, 지적재산권 보호 등 핵심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역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실제로 이번 1단계 합의와 관련해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미중 1차 무역합의 소식을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합의로 미중 관계에 안정을 가져오겠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1단계 합의 내용은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 확대와 미국 관세 부과 축소로 요약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도 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중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클라우딩 컴퓨터와 같은 신성장 산업에서의 외국 기업 접근 제한, 중국 현지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 강제를 끝내는 등 아직 풀리지 않은 핵심 쟁점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지금으로선 1단계로 합의된 내용의 지속적인 이행이 관건이겠지만, 추후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 상황에 따라 합의 단계에 들어선 양국의 무역분쟁이 다시금 불붙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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