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본격 투입하기 전 장교 파견 등 단계적 참여 거론
청와대는 12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7월부터 동맹국들에 요청한 호르무즈 파병에 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어떤 수준으로 기여할지 논의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있다"며 "기여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관련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가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것이 현재까지 거론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여 방안이다. 본격 파병에 앞서 연락 장교나 소형 함정의 파견, 후방 지원부터 하는 '단계적 참여'도 검토됐다. 이날 청와대는 NS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제4차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도 했다. 이달 안에 서울에서 열리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제5차 회의를 앞두고 소집된 NSC에서 방위비 분담과 호르무즈 파병 안건을 함께 다룬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위비 협상은 기존 SMA 틀 내에서 진행할 예정으로 호르무즈 파병과 직접 연계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약 50억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미국을 상대로 성의를 보여 방위비 협상에서 우리 측 요구를 관철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 중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유지는 우리 국익과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이 요구하는 '안보 청구서' 가운데 상대적으로 현 정부의 지지층 설득이 수월한 카드로 분류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수입국 중 하나였던 이란이 파병 결정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이를 극복하는 게 외교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5월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외교 치적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유조선 2척이 공격받자 미국은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미국은 지난 7월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연합'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동맹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영국·호주·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동참을 결정했고, 지난달 바레인의 미 5함대 기지에 연합사령부도 설치됐다. 한국과 일본은 이란의 반발을 의식해 참여를 주저해 왔다. 일본의 경우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조사·연구' 목적의 호위함 1척만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호르무즈 파병과 간접 연계돼 있다. 지난달 초 전격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SMA 협상 미측 수석대표는 거액의 분담금을 요구한 근거를 설명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을 위해 활동하는 미군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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