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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기자24시] `세계 최연소` 핀란드 총리가 몰고 올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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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기록 메이커로 살아온 산나 마린 총리의 삶을 봤을 때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10일 핀란드에서 세계 최연소 현직 총리가 선출됐다. 제1여당 사회민주당의 마린 총리가 34세 나이로 행정부 수반에 오른 것이다. 그는 총 19개 장관직 중 12개를 여성으로 임명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30대 여성 장관이 3명이나 됐다. 마린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변화를 약속했고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면서 '실천하는 변화'를 강조했다.

마린 총리의 탄생은 상징성이 크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총리일 뿐만 아니라 핀란드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다. 27세에 시의회 의장 활동을 시작해 30세가 되던 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과거 인터뷰에서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미혼모였던 모친은 동성 배우자를 만나 마린 총리를 키웠다.

한국 언론에서도 마린 총리를 집중 조명했다. 기사에는 일제히 '여성천하' '밀레니얼'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선 보지 못하던 모습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담겼을지도 모른다. 나이로 보나 성별로 보나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핀란드는 여러모로 '아웃라이어'이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정부부처 총 18곳의 장관 중 여성은 5명에 불과했다. 3040대 장관은 전무하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로 세계 193개국 중 121위를 기록했다.

1985년생 총리에게 핀란드 사회가 거는 기대는 크다.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정재계를 통합할 인물이 절실하다. 소통 문제로 잡음이 생겨 물러난 50대 안티 린네 전 총리의 뒤를 이어 30대 마린 총리가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5개 주요 정당의 대표가 모두 여성이고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우려의 시선도 있다. 같은 배경을 지닌 그들의 나이·이미지·정책 어젠다 등이 너무 비슷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일도 보기에 따라 다른 법. "이런 '공통점'들이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남성이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꼬집은 영국 가디언지의 말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국제부 = 고보현 기자 hyunkob@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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