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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광일의 입] ‘총선 화약고’ 문 대통령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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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은 내년 4월15일이다. 넉 달 남짓 남은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눈 깜짝할 사이에 총선이 닥칠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는 지금 대형 악재 서너 가지가 겹쳐 있다. ‘조국 사태’만 해도 문 정권의 도덕적 뿌리를 흔들 만큼 커다란 짐이었는데, 그것보다 몇 배 폭발력이 강한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이 터져있다. 연말연시와 내년 봄에 수사→기소→재판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휘둘리다 보면 어느새 내일이 총선 날짜가 돼 있을 것이다. ‘총선 화약고’에 도화선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언제 터질지, 어느 범위까지 터질지 청와대는 모르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당시 조국 민정수석, 그리고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 ‘백원우 별동대’라 불린 ‘백원우 감찰반’, "이곳이 핵폭탄이 될 것"(한국당 곽상도 의원)이라고 야당은 벼르고 있는데, 결국 그런 진행을 ‘문대통령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가?’ 하는 마지막 의혹 제기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금 국회는 정신이 없다. ‘공수처법’, ‘선거법’ 이 두 가지 법안 때문에 초긴장 상태다. 법적 근거도 희박한 범여권의 ‘4+1 협의체’라는 모임이 야당 1, 2당을 제쳐놓은 채 내년 예산을 밀실작업과 일방처리를 해버렸기 때문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선거법과 공수처법만은 필사적으로 막겠다는 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 있다. 게다가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그리고 총리 인사가 있다면 신임 총리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정작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과 예비 후보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국 자신이 공천을 받게 될지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을 것이다.

이런 속사정을 안은 채 여당은 국회 농성 중인 한국당 보다는 ‘윤석열 검찰’에 비난 화살을 집중하고 있다. ‘총선 화약고’의 실질적인 도화선을 검찰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는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검찰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내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설훈 의원이 오늘 아침 한 신문에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 (질문) 특위 운영은 어떤가.
- (설훈 의원 답변) 공수처법안이 통과되면 금방 끝난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할 일은 다 한 거다.
- (질문)야당이 계속 의혹을 제기할 텐데.
- (설훈 의원 답변) 공격해 오더라도 그건 정치적으로 하는 것이고, 검찰이 과도하게 한 건 사실이지 않나. 자기 조직을 보호하려 했던 거다.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공수법이 통과되면) 받아 놓은 밥상인데 어떻게 하겠나.
- (질문) 공수처법이 처리되면 검찰이 더는 수사할 이유가 없다는 뜻인가.
- (설훈 의원 답변) 그런 거다. 검찰이 뭐 때문에 그러겠나. 공수처법 막으려고 하는 거다. 공수처법 통과되고 1월에 (법무장관이) 인사를 하면 정리가 되는 거다. 어차피 정해져 있는 과정이다."

설훈 의원은 공수처법만 통과되면, 권력형 비리 수사로 확산되고 있는 3대 의혹의 ‘총선 화약고 도화선’도 불이 꺼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 것이다. 도화선을 잘라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보인다.

그래서 한국당에서는 공수처법 통과를 결사저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유재수 감찰농단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상도 의원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단죄의 시점에 왔다. 하명수사나 유재수 의혹은 거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젠 백원우 감찰반이 무슨 일을 했느냐다. 그게 핵폭탄이 될 것이다." 약간 길지만, 여기에 핵심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이어서 천천히 읽어 보겠다. "청와대가 얼마 전 울산 출장이 행정부 내 엇박자 실태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당시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국정 2년 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심히 보고 있는 게, 이런 보고서를 대통령이 받은 건지 민정수석인지 비서실장인지에 따라 큰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대통령이 각종 수사 지시를 많이 하지 않았나. 민정이 만약 이러한 보고서를 핸들링했는데 범법 사유가 있고, 그걸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다면 큰 문제가 아닌가."(중앙일보)

자, 여기서 말하는 ‘국정 2년 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 방안 보고서’는, 지금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난 12월4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 브리핑에서 공개한 문건이다. 지방 선거를 몇 달 앞둔 2018년1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감찰반원 2명이 울산에 출장 갔다 온 뒤에 작성됐다는 문건으로 2018년1월18일에 보고했다고 고민정 대변인은 말했다. 물론 그 안에는 ‘고래 고기’ 얘기도 적혀 있을 것이다. 곽상도 의원이 묻는 것은 그게 아니다. 이 문건을 누구까지 봤는가, 그 점이다. 청와대 민정실의 울산 출장 이후에 만들어진 이 보고서를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누구까지 봤는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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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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