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약 3만 1000달러로 전 세계 26위를 차지했다. 반면 UN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가 발표한 세계행복지수의 경우 올해 상반기 54위를 기록해 순위에서 1인당 GDP와 크게 차이가 났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20년 예산안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국가 예산을 짤 때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처럼 국내총생산(GDP)보다 기후 변화나 불평등 해소 같은 분야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DP는 1937년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제시한 후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돼 왔다. GDP는 각 나라의 국내 산업 부문에서 최종 생산한 재화의 가치를 금액으로 합산해 결과를 산출한다.
하지만 GDP는 가사노동 같은 시장 외부 경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국민의 실질적인 행복도나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총생산액 외에 소득과 기회의 평등 정도, 경제적 안정도, 삶에 대한 만족도 같은 요소까지 경제지표를 나타낼 때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안 지표를 제시하려는 시도는 이미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비교적 일찍 제시된 GDP 대안 지표로는 경제학자 허먼 댈리와 신학자 존 코브가 만든 포드햄 사회 건강지수 'FISH(Fordham Index of Social Health)'와 경제복지지수 'ISEW(Index of Sustainable Economic Welfare'가 있다. FISH는 유아사망률, 아동학대, 10대 자살률 등 열여섯 개 항목을 평가한다. ISEW는 개인 소비 지출을 기준으로 하고 여기에 무급 가사 노동을 더한 다음 그 결과에 범죄, 오염, 사고 등에 사용된 지출 같은 손실 완화 비용을 빼서 나타낸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유러피언 드림"에서 "GDP 개념을 직접 만들어 낸 사이먼 쿠즈네츠도 미국 연방의회에 낸 보고서에서 '한 나라의 복지상태는 국가소득합계에서 추정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적었다"며 "(FISH나 ISEW는) 소득 불균형과 천연자원의 고갈도 고려하며, 미래 안전 의식을 측정하는 가족 저축률, 자본 축적 등을 감안한다"고 설명했다.
한 사회의 진보 수준을 평가할 때 경제 규모보다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참진보지수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도 있다. 1995년 미국 '진보 재정의' 연구소가 만든 이 지표는 가사노동, 육아, 봉사활동 같이 시장 외에서 이루어지지만 사회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포함해서 계산한다. 또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범죄 복구로 발생하는 비용 등은 삶의 질을 저하하는 손실로 계산한다는 차이가 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GDP를 수정·보완하거나 대안 지표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예술, 시민참여, 생활 수준, 건강 등 8개 영역에서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해 작성하는 '웰빙지표'(CIW)를 마련했다. 이 지표는 빈곤층, 여성, 청년층 등 여러 사회집단별로 삶의 질을 측정해서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2020년 예산안을 짜며 경제 성장보다 친환경이나 가족 친화적 우선순위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총리실 직속 기구인 '웰빙지표위원회'는 지난 9월 국가의 웰빙 측정을 위한 39가지 지표를 담은 권고안을 발표하며 세부 항목으로 기대수명, 건강, 평생학습 등을 제시했다. GDP는 수십 가지 세부 지표 중 하나에 머물렀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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