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순위 조작해 여론 왜곡 혐의 '드루킹' 사건과 달라
조선DB |
대법원이 인터넷 포털에 자동으로 글을 올려주는 프로그램(매크로)을 개발·판매해 네이버 등의 사이트 운용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개발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매크로를 곧장 정보통신망법이 규제하는 '악성프로그램'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사건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매크로가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사안마다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이지, 매크로를 이용해 뉴스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형법상 컴퓨터등 장애업무방해)를 어떻게 다룰지는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는 12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8)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0년 8월~2013년 10월 인터넷 중개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개발한 포털사이트 카페, 블로그 등에 자동으로 광고글을 등록해주는 프로그램 1억4000만원 어치(4840개)를 판매하고, 이 프로그램들로 인해 포털사이트의 서버 운용 등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중개 사이트 운영자 B(47)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 등이 유포한 프로그램들은 포털사이트에 통상의 이용보다 필요 이상의 부하를 일으키고, 광고성 메시지가 다량 발생해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2000만원, 8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문제의 프로그램들이 포털사이트 서버의 부하를 다소 증가시켰더라도 사용자의 데이터를 훼손하거나 없앨 위험 등이 있는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판매한 것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상 프로그램 사용시 사람이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보다 많게는 500배에 이르는 부하를 발생시키기는 한다"면서도 "하루 1000만명 이상이 접속하는 포털사이트 서버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고, 서버 다운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장애가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없고, 극단적 가정 아래 장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악성프로그램'으로 판단해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악성프로그램'인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판단해야 한다"면서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명확히 제시한 사례"라면서도 "이른바 '드루킹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고, 사안과 적용법조가 달라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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