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과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19.12.04.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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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들이 자꾸 눈물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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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전인 2018년 12월19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춘추관 마이크를 잡는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씨의 폭로에 따른 해명이다. 청와대가 민간인 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 파장이 컸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처음 겪는 청와대 내부고발이었다.
박 비서관은 비위 의혹이 있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으로 일축했다. 해명도 논리정연했다. 하지만 동료에 대한 배신감, 잘못한 게 없다는 결백함은 검사 시절 '면도날'로 불릴 만큼 냉철하던 박 비서관을 울컥하게 했다.
그는 "저는 문재인정부 첫 반부패 비서관으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한 뒤 말을 멈췄다.
기자가 고개를 들어보니 박 비서관은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서야 말을 마쳤다. 권혁기 당시 춘추관장은 박 비서관에게 "물 한 잔 하시고, 문답을 할까요"라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1년후인 지난 4일,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비슷한 사안으로 춘추관을 찾았다. 이른바 '김기현 하명수사 의혹' 때문이다.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경찰에 주고 수사하게 했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서울동부지검의 한 수사관은 지난해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할 때 울산을 찾았다. 이 방문이 '김기현 첩보'를 위한 것이었단 의심을 받았다. 4일 브리핑은 이에 해명하는 자리였다. 이 수사관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뒤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 작성자를 찾았다고 했다. 따라서 고인은 무관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걸 빨리 찾아 빨리 정리했으면, 고인이 저렇게까진 안됐을 건데, 그래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허탈함, 안타까움, 미안함이 겹쳐진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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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보다 기억, 과연 철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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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안엔 공통점이 있다. 민정 라인에서 벌어진 일로, 이 분야의 일처리가 철저했는지 의심하게 한다. 1년 전 김태우 사건도 최근 논란도 민정라인은 명확한 '기록'보다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한다.
김태우가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하자 박 비서관은 '기억'으로 반박했다. 그는 자신과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기억하는 한 그 문서들이 언제, 어떻게 생산되고 어디까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김기현 첩보'의 경위를 밝힌 근거도 기억이다. 문서 자체는 서류더미 가운데 겨우 찾았다. 작성자는 당장 확인되지 않았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근무자들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던 중 A 행정관이 "내가 작성한 것 같다"고 기억해냈다.
청와대가 이 과정을 굳이 공개한 이유는 있다. 담당자들이 기억 못할 정도로 일상적 사안이니 선거 개입은 말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니고 민정 분야에서 연거푸 구멍이 생긴 건 '선의'나 '결백'으로 충분치 않다. 첩보 문서는 일반 공문서와 달리 기밀성이 중요하다고 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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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의 허탈함, 공감은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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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무엇보다 고인이 된 수사관과 '김기현 사건'이 무관한 걸 증명하고자 애썼다. 억측으로 명예가 훼손되는 건 함께 일했던 동료로서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따라서 '제보자가 누구냐'의 이슈로 확전되는 건 원치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6일 페이스북에 "고인을 직접 알지 못한다"면서도 "대변인이 아닌 청와대 동료 고민정으로서 꼭 전하고 싶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그 심정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페셔널'이라는 잣대를 들이민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업무공간이며 이른바 최고권력기관이다. 현재 청와대의 상황관리 방식이 그에 부합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꼭 커튼 뒤에서 음모와 전략이 움직여야 '민정수석실'답다는 뜻이 아니다. 문재인정부 민정라인이 '보이지않는 손'이 되길 스스로 포기했다면 그에 걸맞게 더욱 치밀해야 한다. 같은 실수가 두 번, 세 번 반복되고 있다. 김조원 민정수석은 일머리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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