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며 울산 고래고기 환부 관련 민정수석실 문건을 들고 있다. 2019.12.04. dahora8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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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인내심이 임계치에 도달했다. '기습 압수수색'으로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김기현 문건'이 단순 제보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시 한 번 검찰에 경고를 보냈다.
4일 청와대 및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검이 직접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에서 나온 '압수수색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오후까지 공식적인 답을 하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당혹감과 함께 분노에 가까운 감정도 읽혔다. "더 지켜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강경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압수수색 시도 소식이 처음 알려진 이날 이른 오전 시간에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검찰의 기습이었다. 청와대의 당혹감과 반발심이 더 커진 이유다.
청와대는 전날 고민정 대변인의 명의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경고한 직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청와대의 경고에 검찰이 아랑곳하지 않고 압수수색으로 받아친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압수수색에 반응하기에 앞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관련 문건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압수수색을 한 '유재수 감찰무마' 건 외에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될 '김기현 하명수사'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경찰 출신 및 특감반원이 아닌 민정비서관실 소속 A 행정관이 외부에서 제보된 내용을 일부 편집해서 요약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인이 된 동부지검 (백모) 수사관은 문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제보를 단순 요약한 첩보이므로 '하명수사'로 보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조사 결과를 비교적 자세히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A 행정관은 2017년 10월쯤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김기현 전 시장 및 측근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 제보자는 공직자로 A 행정관과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안면을 튼 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관계를 쌓은 것은 A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이며, 제보자는 2016년에도 A 행정관에 김 전 시장과 관련한 제보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행정관은 제보 내용을 요약·정리해 문건으로 만들었다. 다소 두서없는 제보를 인과관계가 맞게 정리했을 뿐, 김 전 시장과 측근의 비위를 추가한 적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후 민정비서관→반부패비서관을 거쳐 경찰에 이첩됐을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는 A 행정관 본인도 기억을 못할 정도로 일상적 첩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시장의 비위와 관련한 첩보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서류더미를 며칠 간 뒤져서 해당 문건을 찾아냈고, 민정비서관실 근무자들을 중심으로 일일이 확인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A 행정관이 "내가 작성한 것 같다"고 겨우 기억을 해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 전 비서관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상적 첩보를 이첩하는 과정이라고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며 "너무 일상적이어서 확인되니 허탈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김기현 하명수사' 의혹에 휘말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백모 수사관이 지난해 1월 울산에 갔던 것도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점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재확인했다. 청와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 문건, 백 수사관 등이 울산 방문 후 작성한 보고서 등을 공개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더 이상 억측과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고인(백 수사관)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한 당부 외에도 검찰을 향한 경고가 섞인 메시지로 해석된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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