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핫이슈] 공수처 주고 선거법 막자? 홍준표가 틀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6일 단식 농성중이던 황교안 대표를 찾아가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둘다 막을수 없다면 공수처를 주고 선거법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공수처법은 우리가 집권하면 폐지할 수 있지만 한번 고친 선거법은 절대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에는 홍 전 대표와 비슷한 의견을 보이는 기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씁쓸한 얘기다. 이 정권이 이렇게 죽을 쑤는데도 한국당이 뜨지 못하는 이유를 이 발언 하나로도 짐작할 수 있다. 첫째, 이념보다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검사 출신의 홍 전 대표는 공수처법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공수처법은 다른건 다 제쳐두고 판·검사를 겁박하는 법이다. 이 법이 통과되는 순간 소신 수사, 소신 판결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친정권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조차 그 점을 공개적으로 우려한다. 사법제도를 숨죽이게 만들 이런 위험천만한 입법을 양보한다? 한국당의 몰가치성, 몰이념성을 드러내고 있다.

두번째, 패배주의. 한국갤럽의 최근치(11월 3째주) 정당지지율 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40%, 한국당 21%, 정의당 9%, 바른미래당 4% 등의 순이다. 홍 전 대표는 선거법만 바뀌지 않으면 이 지지율로도 총선을 치를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연동형비례제가 도입되면 확실히 더 크게 망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도에서도 한국당은 얼마든지 '더 망할수 있다'. 선거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 하는 것이다.

4년전인 2015년 11월 4째주 한국갤럽 정당지지도 조사를 보면 당시 여당 새누리당이 40%, 제1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23%로 지금 여야 지지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때만 해도 새누리당 압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지지율은 총선 직전인 이듬해 4월까지 비슷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공천파동으로 자멸하는 바람에 야당이 제1당이 됐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민심이다. 아무리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민심이 실정을 심판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지금 선거법 개정안은 여권이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방 당사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게임의 룰을 바꾼다는 것, 그 반(反)의회주의와 다수의 폭거 만으로 저항해야 할 대상이긴 하다.

셋째, 셈법이 잘못됐다. 여권이 공수처법과 선거법 표결을 강행한다면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수처법을 주고 선거법을 막는 선택적 방어도 말이 안된다. 홍 전 대표의 뜻은 공수처를 주는 대신 선거법 협상에서 여당의 양보를 얻어내자는 의미일 것이다. 별로 좋은 수가 아닌 것같다. 지역구 225+비례 75의 패스트트랙안은 어차피 표결에 부치면 통과가 어렵다. 지역구가 없어지는 여당 의원들, 특히 호남 기반의 지역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한국당 등의 반대표와 합쳐지면 부결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당의 전략은 선거법 표결에 참여해 부결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참여하지 않으면 과반 참석, 과반 찬성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지금 안 그대로 통과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여권이 한국당이 참여한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키려면 지역구 의석은 최소 240석 이상, 현실적으로는 250석 가까이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당이 선거법 협상에 나선다 한들 여기에서 크게 바뀔것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요컨대 지금 한국당이 취해야 할 행보는 공수처법은 끝까지 저항하는 것, 선거법은 저항하되 표결에는 참석하는 것이어야 한다. 선거법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공수처법을 준다는 식의 기회주의적 언동으로는 "한국당이 그러면 그렇지"하는 냉소를 살 뿐이다. 명분도 실익도 없다. 전략적 두뇌가 있다고 평가되는 홍 전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노원명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