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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낮췄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의 경제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말한다. 한마디로 국가의 성장 잠재력이다.
잠재성장률이 중요한 이유는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간 격차(GDP갭)가 경기 판단의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돌면 인플레이션 가능성,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면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판단한다.
학계에서는 최근 GDP갭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정부는 다르다. 지난 2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 중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바라보는 잠재성장률과 외부에서 바라보는 잠재성장률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논란의 핵심은 GDP갭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GDP갭이 크게 악화됐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한국의 GDP갭을 근거로 제시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 GDP갭은 2013년 -0.597%에서 2018년 -1.644%로 2.75배 확대됐다.
그러자 정부는 반박 자료를 내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GDP갭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IMF에 따르면 한국 GDP갭은 2013년 -1.117%에서 지난해 -0.699%로 오히려 정반대로 축소됐다. GDP갭이 2013년보다 줄었으니 이 교수 지적이 과장됐다는 반박이다.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이는 두 기관의 잠재성장률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OECD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생산함수 접근법을 사용한다. 노동, 자본 등 실제 경제 요소를 근거로 잠재성장률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가장 경제원리에 부합하지만 실업률 등 일부 요소는 가정을 바탕으로 추산한다는 문제가 있다.
반대로 IMF는 이를 보완한다는 이유로 생산함수법에 더해 몇 가지 모형을 추가로 활용하고 이들 결과의 평균치를 잠재성장률로 본다. 추가되는 대표적인 모형이 HP필터법이다. 생산함수법과 반대로 최근 발생한 이슈들을 변수로 대입해 상황에 따른 잠재성장률을 시의성 있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두 시스템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지표가 더 정확한지는 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그때그때 다른 방식의 계산법을 들이댄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 한국의 작년 실질 GDP는 OECD든 IMF든 1893조4970억원으로 고정된 값이다. 이를 역산하면 한국의 잠재성인 잠재 GDP를 OECD는 2267조원 정도로 봤고, IMF는 이보다 200조원 정도 낮은 1904조원 수준으로 본 셈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져서 GDP갭이 줄게 된 것을 갖고 한국 경제가 문제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마이너스 상태인 GDP갭 문제가 세계적 추세라는 변명도 내놨지만 사실과 맞지 않는다. IMF의 지난 10년간 GDP갭 차이를 보더라도 미국은 2010년 -3.5% 수준에서 작년 말 1.372%로 플러스로 전환됐고, 독일은 -1.2%에서 0.75%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은 기관마다 등락차는 있지만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2013년 이후 줄곧 -1.0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의 말은 때때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 22일 김 1차관은 "정체에 빠진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 위주로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대담하면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정책 실기에 대해 공격받을 때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가 혁신성장 등 정부 정책 추진을 강조할 때는 "중요하다"고 말을 뒤집는다. 김성태 KDI 연구실장은 "F에서 D학점이 됐느냐, D에서 F학점이 됐느냐 따지는 게 의미가 있느냐"며 "실질성장률이 IMF든 OECD든 6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GDP갭 :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이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이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고 플러스이면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판단된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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