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전광판의 점수다. 전주시장애인드론팀(장애인드론팀)이 번개팀을 맞아 치른 3분의 경기 결과는 패배였다. 예선전에서 2팀을 이긴 장애인드론팀은 16강전에서 군인들로 구성된 번개팀과 접전을 벌였으나 승리하지 못했다.
23일 전북 전주 월드컵경기장 내 드론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9세계일보 제2회 전국 드론 축구대회′에 참가한 장애인드론팀이 눈길을 끌었다. 단장과 선수 4명 모두 장애인으로 구성돼 이날 경기할 때마다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패배는 한팀당 참가 선수가 5명이지만 장애인드론팀은 4명으로 경기를 치렀다. 팀원 한명이 몸이 아파 출전할 수 없지만, 이를 대체할 선수가 없어서다. 5대 4로 경기를 치른 셈이다.
장애인드론팀은 전국 300여개에 달하는 드론축구팀 가운데 장애인들로 구성된 유일한 장애인팀이다.
장애인드론팀은 단장 이문철(72)을 비롯해 스트라이커 신윤식(51), 수비수 장경식(52)·장영호(46)·장종원(55) 등 5명이다.
장애인드론팀은 2017년 5월 우연한 기회에 창단됐다. 당시 전주월드컵경기장 내 드론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를 본 이문철 단장이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좋은 경기라며 전주시에 팀 창단을 제안한 것.
이 단장은 2017년 5월말 척수 장애인 7명으로 전주시장애인드론팀을 창단했다. 이 단장은 “척수 장애인들은 운동을 하기엔 여러 조건이 맞지않아 선뜻 종목을 고르지 못한다”며 “하지만 드론축구경기를 보는 순간 이건 장애인들에게 딱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애인드론팀을 창단했지만, 그 이후의 활동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창단 당시 장애인드론팀은 드론축구전용구장에서 홍보와 시범경기, 드론교육 등을 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이날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이 단장이 매년 10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사비로 조달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장애인드론팀은 평소에는 연습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드론을 감싸고 있는 축구공 모양의 가드와 프로펠러, 건전지 소모 등을 감안하면 한번 연습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 신윤식씨는 “시합이 있으면, 대개 한달전에 손을 맞춰보는 수준에 그친다”며 “연습만 제대로 하면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장애인드론팀이 지금까지 출전한 경기는 8회 정도로 1년에 2∼3번이다.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해 전주에서 열린 드론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이다.
드론축구는 정신 건강과 치매예방에 좋아 장애인들에게 안성맞춤의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이 단장은 “지자체가 장애인들이 드론축구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 등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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