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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한국외대 학생들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철거 학교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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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 중 이견·갈등 이유로 의사표현 막은 것 한국외대뿐"
대학, ‘홍콩 시위’ 대자보 모두 철거…하루 새 비판 대자보 줄이어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등 재학생과 직원노조가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당국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무단 철거를 사과하라"고 했다.

이들은 "대학 안에서 다양한 담론과 학생들의 의사표현은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한다"며 "이를 두고 폭력이 발생한다면 폭력을 막는 게 교육 기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1일 오전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홍콩 항쟁 지지 대자보를 무단 철거한 한국외대 당국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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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려대와 서울대, 한양대, 전남대 등 전국 대학에서 홍콩 항쟁에 대한 지지 입장이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토론회와 집회도 열리고 있다"며 "이견과 갈등을 이유로 의사표현 자체를 막는 대학은 한국외대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홍콩 항쟁 지지한다" "홍콩 항쟁 정당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대학 측에 △대자보 철거 사과 △부착 제한 방침 철회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지난 19일 한국외대는 대학 내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를 모두 철거했다. 같은날 국제교류처장·학생인재개발처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무책임한 의사표현으로 학내가 혼란에 빠지고 질서가 훼손된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 구성원이나 자치기구가 아닌 외부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교내 부착 및 관련 활동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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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한국외대 게시판에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를 철거한 대학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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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사실상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막았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반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철거를 강행한 학교 본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학내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지켜온 담론의 장인 대자보를 철거하는 것은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21일 현재 한국외대 게시판에는 학교의 대자보 철거를 비판하는 반박 대자보가 연이어 붙었다. 정의당 한국외대 학생위원회, 한국외대 19학번 익명의 개인 등 대자보를 쓴 주체도 다양하다.

익명으로 작성된 ‘외대 학생의 자유를 팔아 얻은 차이나 머니가 그리도 달달하더냐’라는 제목의 대자보엔 "본교 학생의 안전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학교 측의 (대자보 철거 관련) 설명은 말 같지도 않은 구실에 불과하며, 단지 본교 학생의 자유를 중국에 값싸게 팔아넘긴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쓰였다. 이어 "한국외대는 대학으로서 기능하기를 포기하였는가?" "중국인들의 학위를 찍어내는 공장이기를 택하는가?" 등의 비판도 담겼다.

최근 대학 내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나 레넌 벽, 현수막을 두고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 간 마찰이 생기면서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9일 명지대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두고 몸싸움을 벌인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유학생을 수사 중이고, 서울대학생들은 지난 20일 레넌 벽을 훼손한 혐의로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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