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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소비자·업체 눈길 끄는 ‘리퍼브 시장’ 매력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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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겐 ‘싼 맛’ 사업자에겐 ‘신규 수익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소비자 뿐 아니라 롯데 아울렛,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한 국내 유통분야 사업자들이 리퍼브(Refurbㆍ재공급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성비를 얻을 수 있고 사업자들에겐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적극 노려볼 만한 분야라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리퍼브 시장, 온라인 쇼핑 후 ‘반품 수요’ 증가로 확대

21일 신한카드 산하 신한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11월~2017년 1월 신한카드 고객 1033만명 가운데 반품 이력이 있는 인원의 수는 18.5%(191만명)로 집계됐다.

5명 가운데 1명은 구매했던 제품을 반품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고객들은 마음이 바뀌거나 물건에서 하자를 발견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반품을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활성화할수록 반품 사례도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온라인에 게재된 상품 이미지와 실물이 다르거나, 의류의 경우 사이즈를 교환하는 등 이유로 인해 당초 배송된 제품이 유통업체로 되돌아오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때보다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최종적으로 보유ㆍ이용할 가능성이 낮다.

국내 업체들은 판매량 대비 반품량 비율(반품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당국에서도 반품 현황을 별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리퍼브 시장 규모 추정치가 올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명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인 글로벌 물류업체 XPO가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온ㆍ오프라인 구매자의 반품률이 각각 8%, 30%로 집계됐다.

반품 제품은 유통업체에게 까다로운 숙제 가운데 하나다. 상품별 소비자가에 물류 마진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자들은 해당 제품을 최종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지 못하면 상품을 당초 매입ㆍ보관ㆍ운송할 때 뿐 아니라 다시 창고로 거둬들이는 데도 돈을 써야 한다. 재판매가 불가능한 경우 폐기하는데도 자금이 투입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 가격의 물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배송비를 면제하지만 고객이 반품할 때는 비용을 요구하는 이유다.

일부 유통업체들이 고심하는 원인인 반품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리퍼브 시장의 규모도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퍼브는 반품됐거나 하자가 있는 상품을 재판매 가능한 상태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영단어 리퍼비쉬(refurbish)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앞서 일부 대형마트 점포에서 알뜰상품 매장 등 이름을 붙인 공간을 건물 내부에 마련하고 반품ㆍ떨이 제품들을 진열해 원가 대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점을 사례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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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ㆍ코스트코 등 일부 업체 리퍼브 수요 공략…업계 전반 분위기는 아직 소극적

최근에는 롯데 아울렛, 코스트코, 올랜드 아울렛 등 주요 업체들이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등 리퍼브 상품을 정식 수익원으로 취급하고 있다. 롯데 아울렛은 지난 10월 말 광교점에 리퍼브 전문업체 ‘프라이스 홀릭’을 입점시켰다. 고객 접근성이 좋은 건물 1층에 공간을 내주는 등 사업성을 인정한 모양새다. 앞서 광명점에서 3개월 간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가전ㆍ가구 리퍼브 매장 ‘리씽크’를 운영하는 동안 호응을 얻은 점을 토대로 정식 입점을 결정했다.

코스트코는 국내 마트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매장에서 발생한 리퍼브 제품들을 개인 사업자에게 납품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들은 코스트코에서 공급받은 리퍼브 제품을 원가 대비 최소 20% 이상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개인 사업자들에게 엠블럼 등 저작물을 마케팅 활동에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계약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코스트코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예비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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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브 전문 브랜드 올랜드 아울렛은 이달 18일 경기 파주시에 리퍼브 생활용품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 ‘올소’ 1호점을 열었다. 인터넷 최저가를 기준으로 소비자가를 산정하는 올소에서는 생활용품을 비롯해 냉동 보관이 가능한 등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식품 등을 판매한다. 이커머스 업체로부터 리퍼브 제품을 100% 납품받아 저가 판매하고 있다.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도 온라인몰 내 리퍼브 제품 전용 페이지를 운영하며 단가 낮은 상품까지 무료 배송하는 등 재고 처분에 공들이고 있다.

현재로선 일부 업체들만 리퍼브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실정이다. 리퍼브 시장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은 아직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백화점 업체들은 아울렛을 함께 운영하며 의류, 잡화 등 품목의 재고 상품을 처분함으로써 창고 순환율을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자체 역물류(reverse logistics) 인프라를 바탕으로 반품 상품을 거둬들인 뒤 내부에서 처분하거나 폐기하고 있다. 역물류는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은 제품이 다시 회수돼 처리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마트의 경우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춘 반품 제품은 내부 직원들에게 저가에 판매하거나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기존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신제품에 대한 양적ㆍ질적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어 리퍼브 시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리퍼브 제품을 반품한 뒤 염가에 재구매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다 소비자 피해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사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리퍼브 시장, 모든 유통업체에게 유의미한 수익원될 것” 분석도

일부 사업자들의 관점과는 달리 리퍼브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는 최근까지 크게 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리퍼브 매장 매출액은 2012년 대비 610%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을 보이는 고객들이 실제 이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할 경우 리퍼브 제품을 활발히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 구매한 제품에 대한 반품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거둬들이는 사업으로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미국 백화점 업체 콜(Kohl)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아마존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지점에서 물건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물류 솔루션 업체 JDA 소프트웨어의 분석에 따르면 반품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백화점에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비율은 70%에 달했다. 반품 수요를 활용한 전략이 집객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물류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리퍼브 제품에 관한 고객 수요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과 교수는 “경제적 여건이 불충분한 소비자들이 존재하거나 이커머스 반품 제품이 늘고 있는 등 현상은 리퍼브 시장을 키우는 요소”라며 “리퍼브 제품을 취급하는 전략은 수익 창출 측면에서 모든 유통업체들에게 유의미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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