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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홍콩 경찰 "홍콩이공대 시위자 30%가 중학생 등 미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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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중 가장 조직화된 그룹 "공산당 통치 아래 사는건 두려워"

美상원, 홍콩인권법 통과시켜… 中외교부 "내정간섭 중단하라"

홍콩 초·중·고에 내려졌던 휴교령이 일주일 만에 해제된 20일, 홍콩 쿤통 지역에서 고등학생 100여명이 벽돌로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 장갑차가 불타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홍콩이공대 시위자 가운데도 미성년자가 30%였다. 홍콩 경찰은 20일 "약 1000명이 이공대에서 나왔고 이 중 약 300명이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중·고교 교장 대표들은 이날도 봉쇄된 캠퍼스에 들어가 미성년 시위대를 설득했다.

대학생 등 젊은 층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홍콩 시위처럼 미성년자가 시위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다. 지금까지 시위 도중 경찰 총에 맞은 3명 가운데 2명이 미성년자였다. "지도자가 없는 이번 시위에서 중고생이 가장 조직화된 그룹"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홍콩이공대 공방전 최전선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시위대가 적지 않았다. 기자에게 자신은 '17세 폴'이라고 소개한 소년은 지난 16일 이공대에서 만났을 때 "인터넷에서 시위대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 나왔다"고 했다. 검은 헬멧부터 팔꿈치, 무릎, 정강이 보호대까지 갖추고 있었다.

중국 정부나 관영 매체는 미성년자 시위 참여에 대해 "홍콩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홍콩 대책으로 애국 교육,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 등을 강조했다. 10대들이 상대적으로 예민하고 소셜미디어상의 잘못된 정보에도 쉽게 휩쓸린다는 지적도 있다.

홍콩 링난대 정치학과 체포 첸 교수는 "10대는 정의, 민주주의 같은 단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의 중국화에 10대들이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반응한다는 분석도 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끝나는 2047년 홍콩은 중국의 일개 도시가 되는데, 그때 40~50대가 되는 현재 10대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은 "공산당 통치 아래 살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두렵다"고 했다.

시위대 대부분이 이탈하면서 홍콩이공대 점거 농성은 사실상 끝났지만 20일에도 끝까지 남아 있는 시위대 수십 명이 투항을 거부해, 경찰은 4일째 학교를 봉쇄하고 있다. 홍콩 언론은 시위대가 60~100명쯤 된다고 했다. 시위대는 이날도 지하 빗물관 등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고 일부는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지난 18일 이공대 주변 도로를 막고 '지원 시위'를 펼치다 체포된 14~45세 213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 크리스 탕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 하루 만에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홍콩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미국 상원은 19일(현지 시각) 만장일치로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행정부가 매년 홍콩 자치 수준, 인권 상황을 평가해 의회에 보고하고, 홍콩에 대한 관세·투자 우대 혜택을 축소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제 불에 타 죽지 않도록 즉시 입법을 멈추고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반격을 예고했다.





[홍콩=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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