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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6] ‘옥스퍼드’라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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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람의 이름, 혹은 자동차 브랜드로 알려진 ‘포드(ford)’는 ‘강이나 도랑, 개울의 수심이 낮은 지점, 또는 그곳을 건너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다. 그래서 ‘옥스퍼드(Ox-ford)’ 하면 목동이 소를 이끌며 개울을 건너는 지점이다. 이 이름의 영국 도시는 사실 그 안에 있는 대학으로 더 유명하다. 11세기에 창립된 옥스퍼드는 영어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호킹, 휴 그랜트, 닥터 수스, 앤드루 로이드 웨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사를 배출했다. 스무 명이 넘는 영국 총리와 노벨상 수상자 50여명도 이 학교 동문이거나 교수다. ‘서양 문명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옥스퍼드 슈즈’ ‘옥스퍼드 스타일’과 같은 클래식 패션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초기 미국 이민자들은 마을 이름을 종종 모국에서 빌려왔다. ‘옥스퍼드’는 그 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선호되었고, 많은 주(州)가 그 이름을 붙였다. 미국 22개 주에 옥스퍼드라는 도시가 생겼고, 그중 2개 주에선 영국처럼 대학이 설립됐다. 미시시피주 옥스퍼드에 ‘올 미스(Ole Miss)’라는 애칭을 가진 미시시피대학〈사진〉이 있다. 샌드라 불럭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캠퍼스엔 학교 동문인 윌리엄 포크너와 존 그리셤과 같은 작가들의 문학적 발자취가 곳곳에 묻어 있다. 오하이오주 옥스퍼드에는 마이애미대학이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 한국 국무총리, 포니 정, 한국 최초 서양식 병원 광혜원을 설립한 앨런 박사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이 대학들은 이런 동문들을 배출한 역사와 오랜 전통, 그리고 도전과 이상의 가치를 위해서 항상 정진하고 있다. 소를 이끌고 조심스럽게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젊은이들을 방대하고 깊은 지성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 애정 있고 존경하는 대상의 이름을 따는 건 의미 있고 근사한 일이다. 옥스퍼드라는 도시는 그 명성처럼 변하지 않는 지적 스타일을 꾸준히 간직해 나갈 것이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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