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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대통령은 전국 집값 안정됐다는데… “양극화의 결과일뿐 급등한 곳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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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8시부터 진행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국적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부동산이 오히려 안정화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에서 전·월세 가격은 아주 안정됐다"고 말하면서 현실과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서울쪽의 고가 주택,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고도 했다. 과연 맞는 말일까.

조선비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물론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딜 봐서 안정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 광역시 등도 과열 양상을 보인 곳이 많은데다, 최근에는 전국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집계를 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10일 이후 현재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평균 1.78%, 5.60% 하락했다. 이 수치를 보면 집값은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별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뜯어보면 집값이 안정돼 보이는 통계수치의 맹점이 드러난다. 지역간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10.25% 상승했다. 전세가격은 0.2% 내려 안정세를 보인 것이 맞는다.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경기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경기 과천은 약 2년 반만에 매매가격은 20.18% 올랐다. 과천은 전세가격도 4.36% 뛰었다. 성남, 광명, 하남도 집값이 평균 10~17%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수도권만 집값이 오른 것도 아니었다. ‘대대광’이란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였던 대전, 대구, 광주도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이 통계로 나타난다. 대전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0.39%, 전세가는 4.38% 올랐다. 대구와 광주도 매매가격이 평균 4% 상승했고, 구별로 보면 10% 넘게 뛴 곳도 있다.

반면 대중교통망이 덜 갖춰졌거나 공급이 많았던 안성, 평택 같은 수도권 도시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두자릿수로 하락했다. 지방에서도 지역경기가 침체된 도시의 매매가와 전셋값이 크게는 20%대 떨어졌다. 경남 창원의 경우 매매가격이 22.68%, 전셋값은 17.02% 떨어졌다. 극단적으로 나뉜 지역별 매매가격 변동률을 평균으로만 보다 보니 전국적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인 셈이다.

최근 수치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전국 아파트 값은 지난 9월 말 이미 오름세로 돌아선 상태다. 특히 서울은 상승 폭을 키워가고 있다. 전국 전세금 역시 9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서울은 이미 7월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집권 기간 전체를 봐도, 최근을 봐도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른 상황이란 진단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 하락세를 이끈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이달 15일까지 서울 집값 상승률을 보면 많이 오른 지역은 ‘고가 아파트’ 밀집지가 아니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의뢰해 이 기간 서울 집값 변동폭을 알아보니 평균 7.47%가 상승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라면 강남권 집값이 많이 올랐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구로구(11.07%)와 광진구(9.43%), 금천구(8.67%), 노원구(8.62%) 등이 평균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층의 ‘내 집 마련’ 관문으로 여겨지던 지역들이다. 서초구(7.95%), 강남구(7.87%), 송파구(5.79%)의 상승 폭은 이보다 작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집계에 따르면, 최근 ‘평당 1억원’ 기록을 세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면적 59㎡는 9·13 대책 전에는 21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20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반면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파트(전체 2412가구)의 경우 4억2000만~4억85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5억3000만~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매가격이 최고 30%까지 뛴 셈이다. 강남 집값 상승세를 잡는 동안 중산층과 서민이 사는 아파트가 더 크게 오른 부작용이 나타난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부동산은 양극화가 심한 분야기 때문에 통계를 전국적으로 보면 안되고, 지역별로 나눠 수요가 몰린 지역은 따로 봐야 한다"면서 "수요가 몰린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편"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시장만 놓고 보면 최근 2~3년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부동산시장에서 ‘안정’에 대한 기준은 확실하게 없다"며 "매매가는 올 들어 연율 기준으로 2.22% 올랐는데, 부동산시장이 큰 등락 없이 소폭 상승하는 상황을 ‘안정’으로 본다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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