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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뭉쳐야 산다"… 달궈진 AI 패권 경쟁에 무너진 기업 경계 [도약의 마지막 기회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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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을 찾아라 (中) AI 글로벌 합종연횡
빠르게 바뀌는 글로벌 산업 지형
MS-소니혼다 등 ‘AI밀월’ 잇달아
빅테크-모빌리티 협업 확대 눈길
올트먼·저커버그 등 한국 찾아와
삼성·SK·LG와 협력 강화 논의
국내도 ‘이종업종 동맹’ 본격화
현대차, 삼성과 SDV 플랫폼 개발
LG 자체개발 웹OS 현대차에 공급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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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기업들이 이종 업종과 접점을 늘리며 합종연횡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경쟁관계에 있었던 기업들과도 손잡고 협력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빅테크 기업들과 모빌리티 및 배터리 업계의 협업 확대가 눈에 띈다. 인공지능(AI)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산업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AI 전쟁 '적도 아군도 없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2024에서 소니혼다모빌리티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2026년 내놓는 전기차 아필라에 생성형 AI 기반 음성비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소니혼다모빌리티는 아필라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소니와 MS는 콘솔게임 시장에선 서로 경쟁자 관계지만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는 소니는 혼다에 이어 MS와도 협업에 나서며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폭스바겐도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를 탑재한 차량을 내놓겠다고 했다. 조만간 '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챗GPT를 통합시켜 차량을 생산해 출시한다. 향후 전기차 ID.4, ID.5, ID.3와 올 뉴 티구안, 올 뉴 파사트, 신형 골프 등의 차량에 챗GPT를 넣을 방침이다. 스텔란티스 산하 자동차 브랜드 푸조도 앞으로 출시되는 신차에 챗GPT를 탑재할 예정이다. 기아도 최근 출시한 신형 전기차 EV3에 챗GPT를 넣었다. BMW는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연내 도입한다.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등은 일제히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국내에서 삼성·SK·LG 경영진들을 연이어 만나며 향후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안을 논의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그동안 기업들 구조를 보면 수직구조였기 때문에 서로 경쟁만 하려고 했지 협력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안 할 수가 없는 구조가 됐고, 해외 업체와 국내 기업 간의 합종연횡 역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동맹 확대'

국내 기업들도 합종연횡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CES 2024에서 퀄컴, 메르세데스벤츠와 HD현대, LG전자, SK그룹, 삼성전자 전시관 등을 연이어 찾았다. 인텔이 최대 주주인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업체인 모빌아이 부스에서는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신기술에 대해 소통하기도 했다.

특히 정 회장이 미국을 찾은 기간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분야에서의 협업 계획을 발표해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앞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홈투카·카투홈 서비스 제휴 협약'을 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대차가 삼성전자의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활용, SDV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 간 긴밀한 동맹체계를 갖춰 이르면 내년 SDV 플랫폼을 완성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전자도 현대차와 협업 체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제네시스 GV80을 시작으로 G80, 기아 카니발, EV3 등에 자체 개발한 웹OS를 공급하고 있다. 원래 웹OS는 LG 스마트TV를 구동하는 운영체제였지만 이를 차량용으로 확장시켰다. LG전자와 현대차는 향후 SDV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재계에선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들 간 협업이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미래 핵심산업의 경우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와 더불어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한팀이 돼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선 전기차뿐만 아니라 '게임체인저'가 될 자율주행기술 개발에도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율주행기술은 자동차에서 끝나지 않고 AI와 결합해 로보틱스와 방산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미중 갈등 내지는 블록화 경제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이 가지는 가치가 중요하다"면서 "중국에 많이 의존하는 업계는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이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업들은 좀 더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한다. 한국이 믿음직스러운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종연횡 관련 신중론도 있다. 미시적으로 보면 유리한 상황을 맞은 한국 기업도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결국 한국은 수출국가이기 때문에 최선책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자유무역을 좀 더 회복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수출국가 입장에서는 다자무역을 회복하는 쪽이 좀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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