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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미술의 세계

형제 같은 평론가들의 형제 같은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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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 오길영 교수 나란히 책 출간

지성과 사유 담긴 에세이 표방

“에세이는 말랑말랑한 글 아니야”

비평 동인이며 독회와 연구모임 동료

표절논란 때 주류문단 비판 한목소리

“한국문학은 더 넓고 깊어져야 해”


한겨레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권성우 지음/소명출판·1만4000원

아름다운 단단함

오길영 지음/소명출판·1만5500원

형제 같은 책이다. 형제처럼 가깝고 우애 깊은 두 평론가가 나란히 낸 산문집은 그 주인들을 닮았다.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큰 틀에서 통하지만 개성과 차이가 엄연하다. 권성우 산문집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과 오길영 산문집 <아름다운 단단함> 얘기다.

문학평론가 권성우(숙명여대 교수·국문학)와 오길영(충남대 교수·영문학)은 문단에서 단짝으로 통한다. 비평 공동체 ‘크리티카’의 동인이었고, 김석범 소설 <화산도> 독서 모임을 함께 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로 ‘아이리시 디아스포라 문학 연구’를 3년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부터 두 번째 공동 연구로 섬을 천착하고 있다. 지난 공동 연구 때에는 다른 동료 셋과 함께 일본으로 두 주간 학술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특히 이들을 한데 묶어 보게 한 계기는 2015년의 신경숙 표절 논란이었다. 당시 두 사람은 김명인, 조영일, 이명원 등 동료 평론가들과 함께 주류 문학 출판사들과 잡지들을 비판하는 대열에 섰다. 각자의 첫 산문집인 이번 책들에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 온 자취가 올올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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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이들은 “무엇보다 이 시대 비평장을 보는 관점이 상통한다. 좋은 작품을 칭찬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엄정한 비판도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며, 서로에게서 위안과 격려를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에세이는 어떤 장르의 글쓰기보다도 저자의 마음의 결, 체취, 실존, 개성이 살아 있는 글이다. 늘 사유의 힘과 깊은 지성을 갖추면서도 감각의 아름다움을 지닌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비정성시를 만나던…> 머리글)

“에세이는 단지 ‘감상적 체험’의 글이 아니다. 에세이의 뿌리는 ‘지성과 개념’이다. (…) 에세이의 문체는 현란한 글재주가 아니라 지성적 사유의 표현이다. 지성의 출발은 성찰이고 자기 응시다.”(<아름다운 단단함> 머리글)

두 평론가가 첫 산문집 머리말에서 약속이나 한 듯 에세이(산문) 장르에 관한 생각과 포부를 밝힌 것이 우선 눈에 뜨인다. 두 사람 모두 흔히 생각하는 부드럽고 감상적인 에세이가 아니라 지성과 사유가 담긴 에세이를 표방한다는 점도 같다. 이들은 12일 만남에서도 에세이에 관한 이런 생각을 거듭 강조했다.

“대학 신입생이던 1982년 초겨울 즈음, 김윤식 선생님의 예술 기행집 <문학과 미술 사이>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이래 좋은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어 왔어요. 그동안은 사는 게 바빠서 힘들었는데,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지금이야말로 지성과 사유의 힘이 감각의 아름다움과 결합된 에세이를 쓰고 싶습니다.”(권성우)

“한국문학에서는 지나치게 말랑말랑하고 감각적인 글이 에세이라는 오해가 있습니다. 물론 에세이에서 그런 것이 한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마치 그것이 에세이의 전부인 것처럼 혹은 핵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죠. ‘에세이’라는 말의 어원에서 보듯 진정한 에세이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인데, 시도하기 위해서는 사유와 고민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오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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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상대방 책과 글에 대한 독후감을, 특히 자신과의 차별성을 중심으로 주문해 보았다.

“오 선생은 대단히 논리적이고 냉철한 글을 씁니다. 보통 문인들이 약간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기질이 있는데, 오 선생은 드물게 냉철하면서도 논리적인 글을 쓰는 비평가라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이 제가 부족한 부분인 것 같고, 그래서 많이 배웁니다.”

“권 선생의 글은 인간적이고 따뜻하죠. 최인훈 서경식 김석범 김윤식 같은 분들에 대한 애정을 잘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문체는 역시 저와는 다르죠. 예를 들자면 저는 ‘~이리라’ 같은 표현은 안 쓰거든요. 저는 단정적으로 써야 해요. 일단 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 보려는 것이죠.”

주류 한국문학에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두 평론가는 자주 한데 묶여 언급되지만, 그 점에서도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외국문학 전공자로서의 자의식일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문학을 너무 감성의 영역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어요. 저는 노벨문학상을 신뢰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수상작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루는 제재가 뭐든 작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들어 있어요. 그런데 한국문학은 너무 좁고 왜소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경숙 표절 논란 때에도 저는 기본적으로 오 선생과 같은 입장이었지만, 조금은 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는 한국문학을 죽 읽어 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애정을 지니고 비판을 하는 거죠. 젊은 작가들의 시야가 좁다는 데에도 동의는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젊은 작가들이 선배 작가들 작품을 좀 더 넓고 깊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두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연구 모임 세미나를 비롯해 수시로 만나서 어울리고 페이스북에서도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권성우의 이번 산문집 제2부는 온전히 페이스북에 쓴 단상들로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을 두 사람은 각각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고 만나는 통로이자 새로운 지성의 플랫폼”(권성우), “문학이나 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사람들 반응을 알아보고 참조하기 위한 장”(오길영)이라고 설명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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