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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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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장 제보자 의심된다고… 집중감찰후 靑 외부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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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경호처, 제보 의심 직원 일부 김포 경호안전교육원 등 발령

3~4명 사무실 PC까지 빼앗아 갔지만 결국 제보자 확인 못해

최근엔 익명 게시판 없애… "조직에 회의감" 사표낸 직원도

조선일보

대통령 경호처장이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호처가 제보자를 색출한다며 의심되는 경호관의 업무용 컴퓨터를 압수하고 일부 인사는 청와대 밖으로 발령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 직원은 사표를 내고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올해 4월, 주영훈(63·사진) 경호처장이 경호처 시설관리팀 소속 무기계약직 여성 직원을 자신의 관사(官舍)로 출근시켜 가사 도우미 일을 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 처장이 관행상 5~6급 공무원인 대통령 운전기사를 3급으로 '특혜 임용'하고, 이를 반대하는 경호처 간부를 좌천시켰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당시 경호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후 전체 490여명 직원 중 150여명에게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경호처는 주 처장 관련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는 직원 3~4명을 용의 선상에 올렸지만, 결국 제보자를 최종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복수(複數)의 경호처 관계자에 따르면, 경호처는 이 과정에서 경호관 3명 이상의 업무용 데스크톱 컴퓨터를 압수했다가 수일 만에 돌려줬다. 이를 두고 경호처 내부에선 "보복성 업무 배제이자 망신 주기"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경호관은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긴 해도 일지(日誌)나 작전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컴퓨터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실상 총을 안 채운 것(경호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의미)"이라고 했다. 다른 경호관은 "기자와 연락한 사실을 통화 내역으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사무실 컴퓨터를 압수한다고 확인이 되겠느냐"며 "컴퓨터가 사라진 휑한 자리에 앉도록 해 심리적 압박을 주려 한다는 게 당시 직원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집중 감찰 조사를 받은 직원 가운데 일부가 6월 정기 인사 때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주요 보직인 '청와대 경내(境內) 안전' 담당자가 갑자기 경기도 김포 경호안전교육원으로 발령 나거나, '전직 대통령 경호' 부서 등 뒷선으로 빠졌다는 주장이다. 한 경호처 관계자는 "평소 주변에 아는 기자가 많았다는 이유로, 특히 조선일보 기자랑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감찰 부서에 '탈탈' 털린 경호관도 있다"며 "이들이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는 게 내부 직원들 의견"이라고 했다.

감찰 조사 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사표를 내고 경호처를 떠난 5급 경호관도 있었다. 경호처 관계자는 "업무 능력이 뛰어났던 한 30대 경호관이 감찰 조사를 받은 뒤 자존심을 크게 상했다고 했다"며 "조직에 회의감을 느끼고 결국 퇴사해, 대기업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창 펄펄 뛰어다니며 왕성하게 일해야 할 젊은 직원들이 능력과 무관한 문제로 조직을 떠나게 하는 게 지금 여기(경호처) 분위기"라고 했다.

경호처는 최근 내부 전산망에 있던 익명 게시판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직원들이 업무상 문제점을 제기하거나 개선 방안을 이야기하는 창구였다. 경호처 관계자는 "직원들이 내부 분위기 등에 대해 자꾸 불만을 제기하니까, 최고위 간부 중 한 명이 이를 없애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싫은 소리 듣기 싫다고 공론의 장을 없애버린 것"이라고 했다.

경호처는 감찰 과정 등에 대한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경호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조사는 법령과 내부 규정에 따라 실시할 수 있다"며 "자세한 조사 방법과 절차는 보안 사항이고, 향후 조사에 영향을 미치게 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본지는 경호처의 해명을 듣기 위해 경호처 측에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임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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