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은 10일 오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모두발언에서 "국가시스템 정상화의 시기였다"며 경제·사회 분야 성과를 꼽았다. 정의용 안보실장도 "문재인 정부는 전운(戰雲)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절반 보낸 상황에서 정책 방향에 대한 성찰보다는 업적을 과시하는 데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 노영민(가운데)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오른쪽은 김상조 정책실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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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전반기 대한민국 틀 바꾸는 전환의 시기"
노영민 비서실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 집권 전반기가 대한민국의 틀을 바꾸는 전환의 시기였다면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는 전환의 힘을 토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도약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성과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밥 먹고, 공부하고, 아이 키우고, 일하는 국민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바꾸어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집권 전반기 성과에 대해 "지난 2년 반은 과거를 극복하고, 국가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경제·통상 분야에 대해서는 "조선,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인공지능과 데이터경제의 굳건한 토대를 만들었다"고 했다. 또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당당하게 대응해왔다"며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자립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도 만들었다"고 했다.
노 실장은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며 "신북방과 신남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인도네시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한-중미 FTA, 한-이스라엘 FTA 등 4대 FTA 체결로 대한민국의 경제 지평을 넓혔다"고 했다.
그는 사회 분야 성과로 치매국가책임제, 문재인 케어 등을 꼽았다. 또 "재난과 재해에 대한 예방과 신속 대응 체계 등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새롭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강원도 고성산불은 13시간 만에 조기 진화되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에 4292명에서 2019년 9월 2402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 현저히 감소"
정의용 안보실장은 문재인 정부 2년반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동을 건 시기로 평가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은 취임 50일만에 미국을 공식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며 "2017년 7월 베를린 구상, 9월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 우리의 평화·안보 구상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했고, 그 결과 작년에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고 했다. 이어 "남북 군사 합의를 통해 접경 지대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켰다"면서 "한반도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평화 체제가 구축되는 새 계기를 마련했다"고 했다.
정 실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중단없이 추진해나가고 우리 앞의 난관을 하나씩 헤쳐 나가겠다"면서 "특히 2017년 이전 상황으로의 복귀를 방지하고 비핵화 협상의 조기의 실질적 진전을 견인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고, 남북 실질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확고한 결의하에 우리를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 실장도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지난 2년 반은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기였다"고 했다.
◇경제·안보 정책 방향 논란에는 침묵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경제는 올 3분기 경제가 2분기 대비 0.4% 성장에 그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성장률도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마저도 3분기 성장 0.4% 중 민간이 22%, 정부 부문(재정 집행)이 78%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부문 투자 활력도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56% 감소하고 다른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도 부진의 늪을 헤매는 등 국가 경제가 어닝 쇼크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정(黨政)도 경기 침체를 '세계경제 탓' '야당 탓' 등 외부 요인으로 돌리고 있다. 경기 회복 대책도 정부 재정 확대 외에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노영민 실장은 "국민들 보시기에 ‘부족하다’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성과도 있지만 보완해야 될 과제들도 있다. 더 분발하겠다"는 수준에서 말했다. 노 실장은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국민의 질책을 잘 알고 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라는 질문을 받고서야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처음 탄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세가지 과제를 한반도 평화 번영, 적폐 청산, 일자리라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 국민의 일상 생활과 가장 깊이 연결된 일자리(정책)의 체감 성과가 낮은 것이 현실이라 좀 아프다"고 답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작년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약속했다는 완전한 비핵화는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들어서는 북한이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를 제쳐놓고 미국과만 상대하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평화 프로세스 성과로 자랑했던 김정은의 서울 답방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동안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국이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12차례 미사일 도발을 하는 사이 한미 연합훈련만 유예되거나 축소됐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노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전쟁 위협이 끊이지 않았던 한반도 질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담대한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국민들이 보시기에 답답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약속과 상대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의지만으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정부는 평화의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국 사태에는 "국민들, 합법적 불공정 바꿔내자는 것"
현 정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 속에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인사 검증 책임자인 민정수석으로 있다가 법무장관으로 직행했다. 또 최근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 2799명 중 515명이 이른바 '캠코더'(선거 캠프, 코드, 민주당) 출신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에서 '인재 풀이 협소하다'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노 실장은 "현 정부는 인사 추천 경로를 역대 어느 정권보다 다양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점에 유의해서 탕평 인사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노 실장은 또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도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결국 아내·동생 등이 검찰에 구속된 마당에도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합법적 불공정'을 거론하며 사안의 본질을 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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