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계통 안 거친 경위 조사… 군인 아닌 北주민은 통일부 소관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 참석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A 중령으로부터 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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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8일 ‘북한 주민 2명 추방’ 관련 정보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고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 A 중령을 상대로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 조사 지시에 따라 문자를 보낸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이라며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보안 조사를 포함해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중령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참석한 김 차장에게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2명을 송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정작 정 장관은 송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정 장관은 전날 오후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 주민의 송환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지휘계통의 정점에 있는 정 장관도 모르는 사실을 A 중령이 청와대 측에 보고한 걸 문제 삼았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지휘계통상 장관이 이 사실(송환)을 모르고 있다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고, 이주영 의원은 “왜 국방부 소속 군인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자메시지로 보고한 것인가.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해상에서 선박 예인 등) 군사적 조치 상황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면서 “북한 주민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군사 조치가 아니어서 국방부 보고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가 밝힌 북한 주민 관련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군인 신분인 북한 주민은 국방부가, 민간인은 통일부가 관장한다. 따라서 군인이 아닌 민간인 송환은 비군사적 사안으로 국방부 장관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엔사 소속이라고 해도 전방 장교가 정식계통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 안보실 차장에게 직보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안보실 2인자가 비서관도 거치지 않고 전방의 대대장과 문자메시지로 직접 소통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 목선 입항 귀순 브리핑 축소 은폐 의혹이 일었을 때도 청와대의 지나친 간섭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대북 관련 사안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최종 컨트롤타워”라며 “최근 청와대가 지나치게 세밀한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적할 만하지만, JSA 중령의 직보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지휘계통을 어기고 이번 사건을 직접 지휘하며 은폐하려던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한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주민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경우에는 그 절차가 끝난 뒤 공개하는 것이 그동안의 매뉴얼”이라며 “추방 조치 전날 언론설명 자료를 만들어놓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 지역에서 16명을 살해하고 도피 중 동해상에서 해군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전날 북한으로 추방한 데 이어 이들이 타고 왔던 선박도 이날 북측에 인계했다. 길이 15m가량의 17톤급 선박은 이날 오후 2시 8~51분 북측에 인계 완료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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