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대폭 인상,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화웨이 규제 협력 요구할 듯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 협상 대표가 5일 한국에 왔다. 드하트의 방한 소식은 그가 이날 오후 공항에 내리기 직전에 외교소식통을 통해 전해졌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알려졌다. 미국이 내년도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드하트 대표가 비공식 일정으로 한국을 찾으면서 외교가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이날 저녁에는 미 국무부의 키이스 크라크 경제차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도 방한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기한 종료를 앞두고 미국 측의 한국 정부 압박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드하트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3박4일간 한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당국자는 "드하트 대표는 한국측 SMA 대표, 부대표 등과 비공식 만찬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드하트 대표의 구체적인 방한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달 중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방위비 협상 3차 회의에 앞서 한국 내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들어온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측이) 연말 시한 내 열심히 협상을 해보려고 하다 보니 서울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 많지 않겠냐"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상황에서, 시한 내에 트럼프가 만족할 만한 분담금 인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례적인 비공식 방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미 국무부의 크라크 경제차관과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도 이날 저녁 한국을 찾는다. 크라크 차관은 6일 서울에서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가질 예정이다. 아시아 순방 일정으로 방한한 스틸웰 차관보는 청와대와 외교부 고위 당국자와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스틸웰(가운데) 신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지난 7월 17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과 만난 뒤 윤순구(오른쪽) 외교부 차관보와 함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드하트 대표를 필두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 배경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오는 22일 기한이 만료되는 지소미아 종료와 연관지어 보고 있다. 한국 정부의 파기 결정으로 지소미아 종료가 17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이 한국을 찾는 것 자체가 압박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미국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면서 한국 정부에 종료 결정 재고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핵심으로 꼽는 지소미아를 한국이 끝내 종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경제·안보 분야에서 동맹국에 막대한 부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라크 경제차관 방한에 대해선 중국 화웨이 규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강하게 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라크 차관은 국무부 내에서 경제, 에너지 안보, 환경 분야를 담당한다. 국무부는 크라크 차관의 방한 일정을 소개하면서 한·미 양국이 2012년부터 '코러스'(KORUS)로 알려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으며 강력한 경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국이 인도·태평양을 포함해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환경, 과학, 보건, 개발, 기술, 우주, 사이버, 5G(세대),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이 5G 협력을 언급했다는 것은 이번 회의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중심에 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를 제기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화웨이를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자국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동맹국들에도 화웨이 장비 사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