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 합병으로 세계 4위 자동차그룹 이끌게 된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그룹 회장 /사진=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CEO열전-125] 미국과 유럽에 기반을 둔 두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결합이 임박했다.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PSA 그룹이 합치기로 한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산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산업 판도가 바뀌면서 자동차 업체 간 합종연횡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FCA와 PSA도 예외가 아니다.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덩치를 키워야 한다. 전문가들이 두 회사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최종적으로 합병이 이뤄지면 새로운 회사는 시가총액이 500억달러에 달하고, 폭스바겐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연맹,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4위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업계가 더 주목하는 대목은 합병회사를 PSA 최고경영자인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이끈다는 점이다. FCA 쪽에서는 피아트 창립자인 잔니 아넬리의 손자이자 현 FCA 회장인 존 엘칸이 이사회 의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타바레스 회장은 한국인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는 스타 기업인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한다.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인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 명문 공과 대학인 에콜 센트랄 드 파리를 1981년 졸업했다. 모터스포츠에 심취했던 타바레스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르노의 시험 운전 엔지니어로 입사해 32년간 근무했다. 그는 다양한 지역과 부서를 돌며 능력을 보였다. 입사 4년 만인 1985년 지상 링크 공학 책임자로 승진했고, 1991년 섀시 시스템 분야를 이끌었다. 1998년에는 핵심 프로젝트 담당자로 임명됐으며 1999년 닛산으로 옮겨 프로그램 담당 이사로 일했다. 2004년 제품전략기획부사장을 거쳐 2005년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최고경영자 후보에 올랐다. 2009년 닛산의 미주 지역 사업을 총괄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1년 르노그룹 최고운영책임자로 발탁돼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을 이을 강력한 후계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곤 전 회장의 장기 집권에 반발하며 2013년 8월 르노를 떠났다. 그리고 이듬해 부실 경영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PSA에 합류했다. 침몰하는 PSA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프로젝트 '레이스로 복귀(Back in the Race)'는 유명한 문구가 됐다. 지금도 타바레스 회장을 언급할 때 회자되곤 한다. PSA 사령탑에 오른 직후 이룬 성과로 그는 자동차 업계에서 곤 전 회장에 버금가는 기업 회생 전문가로 명성을 얻게 됐다.

그가 회사를 재건한 방법은 단순했다. 비인기 차종을 없애고 플랫폼을 통합한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인데 말은 쉬워도 실행은 만만치 않다. 타바레스 회장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뛰어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강력한 실행력을 보였다. 올 4월 그는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한 번에 크게 투자하기보다는 규모에 맞춰 차근차근 접근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적절한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이 원하는 적합한 제품을 내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그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나를 따르라"며 혼자 앞서 나가는 게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을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리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역설한다. 그래야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의 힘은 스포츠맨 정신을 일깨워 성과를 높이는 것과 같다. 모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집단 리더십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저력이 된다. 최고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싸움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돌아온 다음 승리와 패배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 상반기 PSA 영업이익을 10% 이상 달성했다. 세계 자동차 판매가 5% 이상 감소하고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뒷걸음질했던 시기에 돋보이는 실적이다. 매출이 줄었는데도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비용을 줄이고 인기 차종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였다. PSA와 FCA의 합병회사를 맡은 뒤에도 타바레스 회장은 한 손에는 '구조조정', 다른 한 손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화두를 놓고 경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질적인 두 회사 구성원들을 설득해 집단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그가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두가 주목할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