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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편집자 레터] 마신 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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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 Books팀장


음식(飮食)이란 말이 절묘하네요. 마시고 먹습니다. 먹고 마시는 식음(食飮)이 아니네요. '식음'은 "식음을 전폐한다"고 할 때 쓰이니 이 또한 절묘합니다. '식'을 앞세우면 '음'조차 어렵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어느 냉면집에서 '선주후면'(先酒後麵) 표어를 봤습니다. 술 마신 후 국수를 드시라는 뜻입니다. 다 통하는 말입니다.

일본 인기 만화·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도 '선주후식'을 지지하더군요. "무언가를 먹고 술을 마시면 빈속에 마셨을 때 짜릿한 그 첫 모금의 맛이 흐려진다. 술꾼의 탐욕 중 하나다." 신간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살림)에서 이 저자는 혼술(혼자 마시는 술)할 때 함께하는 간단한 안주를 늘어놓습니다. "최근 발견한 것이 소주와 볶음밥. 이 조합이 꽤 좋다. 볶음밥의 가벼운 유분과 달걀과 파가, 맛이 응축된 차가운 소주에 어울린다." 이런 식으로 20여 가지 술과 안주의 조합을 소개합니다.

공교롭게도 '술이 달아 큰일이야'(아르테)란 책도 나왔습니다. 일본 소설가·음악가 부부가 쓴 책입니다. 나오키상을 받은 소설가 아내는 "음식 취향 차이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지만 술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살아야 했다면 인생이 꽤 가혹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서문에 썼습니다. 부부가 함께한 도쿄 서른여덟 곳 술집으로 안내합니다. 한국 음식점 소개도 있네요. "갈 때마다 실감한다. (중략) 한국 요리는 정말 맛있다는 사실."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는 곤두박질, 외교는 한심하고, 안보는 불안하고. 술 권하는 사회인가요. '음식'은 하시더라도 과음은 금물입니다.





[이한수 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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