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레바논·에콰도르 등 국민들 지갑 쥐어짜 분노
칠레에서는 단돈 50원이 도화선이 됐다. 정부가 유가 인상과 페소화 가치 하락을 이유로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을 800칠레페소(약 1320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0원)로 올리자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지하철역과 공장, 슈퍼마켓 등이 불에 타는 등 이번 시위로 23일(현지시간)까지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레바논에서는 메신저앱 왓츠앱 이용자들에게 매기기로 한 하루 20센트 세금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촉발된 봉기는 전체 인구 4분의 1이 참여해 “혁명”을 외치는 대형 시위로 발전했다.
2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시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현 정부의 개혁을 신뢰할 수 없다며 내각 교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신화통신연합뉴스 |
에콰도르는 유류 보조금을 폐지하려다 철퇴를 맞았다. 기름값이 최대 2배 이상 오르자 저소득층인 원주민들이 중심이 돼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공공 교통요금 및 식료품값이 줄줄이 올라 지역공동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였다. 에콰도르는 정부가 시위 11일 만인 지난 13일 백기를 들면서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칠레는 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을, 레바논은 왓츠앱 세금 부과 계획을 철회했지만 시위대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 온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칠레는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시위는 수년 동안 가난한 사람만 고통스럽게 해 왔던 억압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는 학생 시위 참가자의 말을 소개했다. 레바논에서는 대규모 국가부채와 낮은 고용률, 전기와 식수 등 기본적 공공재 제공 능력 상실, 중산층을 공허하게 만든 긴축정책의 결과 이번 시위가 광범위한 저항으로 발전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시위가 거세지는 와중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모습,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013년 세이셸의 고급 리조트에서 만난 여성 모델에게 1600만달러어치 선물을 줬다는 폭로 보도 등은 시위 주제가 불평등과 특권층 부패 문제로 확대되는 데 일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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