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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김정은, 금강산 시설 철거' 발언에 정세현, "北 굉장히 다급…南측을 압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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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 속에는 남·북·미 3국을 향한 메시지 / 靑 "남북·북미 대화 문 닫혔다고 생각하지 않아"

세계일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지난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 속에는 남·북·미 3국을 향한 메시지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해석을 할 것인지를 놓고 한미 간에 협의를 해야한다"며 "(문 대통령은) 그걸 미북 정상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합의해서 우리가 이행하는 모양새를 만들지 말고 '미국이 이건 인정하라'(라고 얘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북미 비핵화 협상 카드로 내주지 말고, 남북 간 문제라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해 남북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부의장은 "(북미 간 의제가 되면) 한미동맹의 체면이 아주 우습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도 그냥 (남북 문제로) 인정하라고 얘기 해야한다"며 "이건 얼마든지 유엔 대북 제재조치에 예외조항으로 둘 수 있다. 그런 해석도 나왔고, 그렇게 추진하겠다고 통일부 장관도 얘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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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그러니 이번 기회에 한미 간에 밀도 있고 강도 높은 그런 협상을 해서, 거의 정상급의 협상을 해서 대통령이 통화를 하든 해서 결론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평화경제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의 지시가 나온 상황에 대해선 "문 대통령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면서 "(문 대통령을 통해서) 미국을 어떻게든 설득해 (금강산 관광을 풀라는) 대통령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시찰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함께한 것에 대해 "대미 협상의 실질적 사령탑을 대동하고 왔다는 것이 특이한 일이고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공동선언 모두에 개성공단, 금강산, 철도도로를 연결하기로 합의했었다"면서 "특히 9·19 공동선언에서는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그것은 한국 정부가 재개하는 걸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표현들이지만, 합의 뒤에 미국이 견제하는 바람에 실천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분 나쁜 표현이긴 하지만 말하자면 '미국이 허락을 한다면'이라는 표현이었다"면서 "김 위원장은 그걸(남북 합의) 믿고 올해 신년사에서 '조건과 대가 없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바로 시작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그렇게 얘기한다는 건 북한 주민들에게 대단한 약속"이라며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존엄에 관한 문제로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을 믿고 신년사를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공개했는데,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으니 중간에서 이를 막지 못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정 부의장은 "(북한이) 굉장히 다급해졌다. 북한 주민들에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김 위원장 때문이 아니라는 식의 책임을 떠넘겨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면서 "그래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은 약속한 대로 빨리 시작해야겠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을 미국 실무자들이 자꾸 발목을 잡는 과정에서 이런 불상사가 생겼으니 이것을 풀라'고 남측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북미 간 실무협상이 됐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우에 푸는 것(금강산 관광 제재 예외 문제가)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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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지난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사업 결정을 두고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아버지(김정일 위원장)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그런 결정을 내렸던 참모들에게 책임을 넘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철거는 우선 기술적으로는 (북한이) 장비가 없어서 우리가 들어가서 해야한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지분을 높일 수 있다"고 금강산 관광 사업 계약 조건의 변경을 위한 노림수도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남북·북미 대화 교착 상황과 관련해 "닫힌 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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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보면 연말까지 미국과 대화하는 문을 닫았다. 또 금강산 관광 등 남북 대화의 결실들도 닫힐 위기에 있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문이 닫혀 있지 않은데 왜 닫혀 있다고 보는지 묻고싶다"며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안에 대해서는 북미도 그렇고 한국도 마찬가지고 모든 것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완료가 되거나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언급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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