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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운명. 류현진과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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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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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한 시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변방 노인의 말(馬)’이다. 한나라 때 한 노인이 말을 키웠는데 집을 나가 버리는 일이 생겼다. 이웃 주민들이 위로의 말을 전하자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라며 느긋해 했다. 얼마 후 그 말이 암말 한 필을 동반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이웃들은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때 노인은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아느냐?”라고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낙마해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마을 사람들이 다시 위로의 말을 전하자 그 노인은 또 “이게 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 후 전쟁이 일어나 젊은이들이 모두 전쟁터로 나가야 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즉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변수가 많으므로 예측하거나 단정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로 복귀한 한화 류현진(37)이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류현진은 18일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5승(4패)째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지난 4월5일 열린 키움전에서 4.1이닝 동안 9실점하며 패전을 기록하면서 ‘나이는 못 속인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완벽한 복수전에 성공한 류현진은 시즌 전 세운 150탈삼진, 10승 고지 달성이 어렵지 않음을 입증했다. 이날 TV중계 화면에는 그의 부인 배지현씨가 계속 비쳤다. 배지현씨는 남편의 호투가 이어질 때마다 환한 웃음과 박수를 보내며 기뻐했다.

나는 류현진의 프로 데뷔 당시 프로야구 담당 기자를 했고, 수차례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던 즐거운 경험이 있다. 또 부인과는 한 직장에서 근무를 했던 인연까지 있다. 배지현씨는 결혼 전 SBS스포츠의 아나운서였다. 173cm의 큰 키와 미모를 자랑하는 그는 SBS가 주최하는 슈퍼모델 출신으로 당시 ‘야구여신’을 꿈꾸던 신인 스포츠 캐스터였다. 당시 사내 분위기는 배지현씨가 조만간 스포츠 아나운서로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의 운명은 1세대 야구여신으로 불렸던 김민아(현 스포티브이) 아나운서가 2014년 MBC에서 SBS로 적을 옮기면서 바뀌게 된다. 간판 여신을 놓친 MBC는 배지현 아나운서를 영입하는 맞대응을 한 것이다. 그리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재미를 봤던 MBC는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을 예상하고, 또 한 번 메이저리그 중계 계약을 했다. 이후 배지현 아나운서는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인터뷰하면서 사이가 가까워져 결혼으로까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2022년 SBS를 떠난 김민아 아나운서는 류현진이 한국 무대로 복귀한 최근 스포티브이에서 다시 야구 프로그램의 마이크를 잡았다.

배지현씨의 복귀도 임박한 것일까? 배지현씨는 류현진과의 사이에서 1남1녀를 뒀다. 동갑내기 류현진·배지현 커플을 보면서 드는 생각.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성백유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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