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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패스트트랙 수사 가점’·‘3선 공천 배제’…때 이른 공천룰 거론에 술렁이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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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정국’에서 미소 지은 한국당이 때 이른 공천룰 논란에 휩싸였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 중인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이어 ‘동일지역 3선 공천 배제’라는 내용까지 흘러나오면서 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법치국가 원칙을 저버리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올바르게 정치 저항에 앞장선 분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수사 대상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저희 행위는 잘못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의원총회 비공개 발언에서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부여하는 황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당 핵심 관계자가 특정 지역에서 3선 이상 현역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한 발언도 이날 보도되자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의 공천 의중에 관심이 쏠렸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확정된 방안이 없다”고 박혔지만 당내 중진들은 즉각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기계적으로 3선 이상의 공천을 획일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다”며 “지역별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황 대표는 이날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열린 ‘공정 세상을 위한 청진기 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내년 총선 공천기준에 대해 “이길 수 있는 공천, 공정한 공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공천이라는 분명한 공천기준을 가지고 총선을 잘 준비하겠다”며 “객관적인 공천을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수사 가산점’ 의견에 대해 “당을 위해 헌신하고 기여한 의원들에 대해서 평가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3선 배제’ 의견에 대해서는 “다른 쪽으로 너무 가는 건 부적절하다. 그 정도만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당은 지난 4월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를 발족, 약 4개월가량 공천룰과 당 혁신 방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공천룰과 혁신안 초안을 만들었지만 당 지도부는 공천룰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이 오히려 당내 친박·비박 갈등과 내부 단결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공천룰 논의를 미뤄왔다. 지난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로 임명된 후 약 2달가량 ‘조국 정국’이 이어지면서 공천과 당 혁신에 대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조국 정국 ‘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한 뒤 12월부터 당무감사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재 영입, 공천룰 공론화를 시작한다는 한국당의 구상이 조 전 장관의 조기 사퇴와 공천룰 논란으로 모양새를 구겼다.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공천 가점’ 논의가 알려지자 여야 4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정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인 사람에게 공당 공천에서 혜택을 준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며, 법치국가 원칙을 저버리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불법을 헌신이라고 읽는 나 원내대표는 제정신이냐”며 “한국당식 폭력 우대 정책이 개탄스러우며, 범죄를 장려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검찰에 출석하라”고 촉구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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