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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강인선의 워싱턴 Live] 트럼프 "김정은과 통화", 워싱턴서 누가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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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각료들과 시리아 얘기 중 "金, 오바마 전화는 안 받았지만 내 전화는 받는다" 불쑥 꺼내

회의 말미에 다시 북한 거론하며 "매우 흥미로운 몇몇 정보 있다"

美정부, 통화사실 확인한 적 없어

소식통 "통화 없었던 것으로 안다"

조선일보

"그(김정은)는 내 전화는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 각료회의에서 다시 한 번 '김정은과의 통화'를 화제로 꺼냈다.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 결렬 직후인 지난 9일에도 트럼프는 "나는 김정은과 통화한다"고 말한 일이 있다. 트럼프의 이 말이 워싱턴과 평양 간에 핫라인이 있어, 실제로 두 사람이 직접 전화 통화를 한 것인지, 아니면 외교 라인을 통한 간접 소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미국 정부도 지금까지 '트럼프-김정은 통화'를 공식 확인한 사례는 없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직접 통화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트럼프의 '김정은 통화' 관련 언급은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이었다. 트럼프는 이날 각료들에게 시리아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말하다 갑자기 북한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북한이 가장 큰 문제지만 해결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에게 "그(김정은)에게 전화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오바마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실제로 (김정은과의 통화를) 11번 시도했다. 그러나 다른 쪽의 그 사람, 다른 쪽의 그 신사(김정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김정은이 오바마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전화는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오바마가 재임 중 김정은과 통화를 시도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중 미소 짓고 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내 전화는 받는다"고 주장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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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단독회담을 하며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당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주말에)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선 자신이 지난 6월 트위터를 통해 '판문점 회동'을 제안하자 10분 만에 김정은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이런 통화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정상 간 통화는 서로 직통 번호를 안다고 쉽게 이뤄지는 절차가 아니다.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이 통화할 때는 옆에 장관과 참모가 배석해 같이 듣고, NSC와 정보기관 파견자들이 다른 방에서 함께 듣는다"고 했다. 민주당의 트럼프 탄핵 조사를 촉발한 트럼프-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통화도 10여 명이 함께 들었다.

최근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과 전문가들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소통은 하고 있지만 그 수단이 전화인지는 확실치 않다'로 요약된다. 그동안 트럼프와 김정은의 소통은 주로 친서를 통해 이뤄졌다. 서로 편지 실물을 공개한 일도 있다. 미·북 협상 과정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김정은 친서 말고 공개되지 않은 친서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김정은 친서 교환 같은 정상 간 교신 외에 실무 차원의 불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진전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소통조차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회의 마지막에 다시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과 관련해서도 아마 뭔가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몇몇 정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시점이 중요한 재건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미국의 제안을 유심히 듣고 자세히 적었으면서도 회담 후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고 불쾌하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미국의 제안을 들여다보며 다음 단계를 구상 중일 것"이라고 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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