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겨레하나, 평화나비네트워크 활동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디타워점 앞에서 유니클로의 부적절한 광고영상 자막을 규탄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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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광고 자막으로 논란이 된 일본 기업 유니클로를 대학생 단체가 규탄했다.
대학생겨레하나와 평화나비네트워크는 21일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디타워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우리 국민들을 모독한 유니클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제 유니클로가 광고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광고 중단은 끝이 아니다.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를 조롱하는 행태는 식민지배를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유니클로는 지난 12일 공개한 후리스 25주년 기념영상에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한국어 자막을 넣었다. 해당 영상의 출연자인 할머니가 소녀에게 던진 원래 영어 대사는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할 수 없어)”이다. 80년이란 숫자는 원문 대사에 나오지 않는다. 지금부터 80년 전인 1939년은 일제치하 강제동원과 위안부 동원이 이뤄지던 시기다.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강제동원된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는 자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FRL코리아는 18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모델이 모두 후리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광고를 보시는 분들이 바로 즉각적으로 이해하시기 쉽도록 글로벌 광고와는 별도로 한국에서 추가적으로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대해 자막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9일 해당 광고 영상의 송출을 중지했다. 2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FRL코리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자막을 내보내게 된) 번역을 본사가 했는지 대행사가 맡았는지 등의 자세한 경위는 설명해줄 수 없다”면서 “불편함을 드리게 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방슬기찬 대학생겨레하나 회원은 “80년 전 일 어떻게 기억하냐는 말이, 유니클로와 일본정부가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이라 생각한다”며 “국가적으로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던 증거들이 뻔히 있는데도 그때를 기억 못하는 이유가 뭐겠나.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그 사실을 지우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80년 전 일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한다. 기억하기 싫어도 기억한다”며 “유니클로가 이번 광고에 대해 사과하고, 일본정부가 사죄와 배상할 때까지 우리는 피해자들과 함께 목소리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했다.
정은주 강제동원공동행동 간사는 일제강점기의 고통이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교장선생님에게 속아서 미쓰비시에 끌려갔던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있다. 그분이 지금 90세다. 유니클로 광고에 나오는 90세 할머니, 10대 여자아이와 겹쳐 보인다”라며 “강제징용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는 교장선생님 이름까지, 하나하나 옛일을 기억한다고 호소하셨다”고 했다. 정 간사는 이어 “일본에 정착해 살고있는 우리 동포들은 일본사회에서 차별받으며 산다”며 “유니클로를 비롯해 일본사회는 8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하지만, 재외동포의 삶을 보면 과거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화문 디타워 유니클로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1인시위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1주기인 오는 30일까지 매일 정오부터 오후 1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다. 이들은 또한 30일에 전국 대학에 미리 배포한 ‘대학생 요구서한’ 4000개를 받아 반아베공동행동 등에 전달하고 각 대학에서 수요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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