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응급실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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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 환자를 1차 진료도 없이 연이어 거부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대해 법원이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지난 9월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운영하는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3월 대구에서 17세 환자 A씨가 4층 건물 정도의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급대는 A씨를 대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A씨의 상태와 필요한 응급처치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에 구급대는 대구가톨릭대병원에 갔는데 응급의료센터장은 전화로 “의료진이 없다고 한다”며 A씨를 받지 않았다. 구급대는 이후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도 거절당해 다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전화했다. 구급대는 “지금 대구시 전역에 다 안 되고 있어서 1시간째 돌고 있다. 혹시 진료가 가능하냐”고 물었으나 응급의료센터장은 “신경외과 스태프들이 없다. 이거 나오면 감당이 안 된다”며 거절했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다 심정지가 발생해 끝내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구급대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고,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에 ‘응급의료법 제48조 2항 위반’ 명목으로 6개월분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처분을 내렸다. 선목학원은 “당시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란 사실을 알리면서 다른 병원을 추천한 것일 뿐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선목학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그가 응급환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경우”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란 응급처치 이외에 상담·진료 등도 포함한다”며 “병원은 환자에 대한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구급대원이 통보한 환자의 상태만을 기초로 진료과목을 결정하고 수용을 거부했다”고 판시했다.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 현실적인 치료가 불가능했다”는 선목학원 측 주장도 수용되지 않았다. 법원은 “시설 및 인력 등에 여력이 있어 일단 이 사건 환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며 “단순히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재중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처음부터 수용 자체를 거절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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