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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김광일의 입] 바보야, 문제는 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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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떠났으니, 다음은 윤석열인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운명이 정말 우리에겐 중요한가. 그는 이제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따로 불러 직접 지시를 내리고 있으니, 검찰총장을 일부러 왕따시키고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가. 어떻게 보면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것이고, 어떤 전임 대통령도 한 적이 없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그게 국민 실생활에 엄청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전임 법무장관이 어떻게 떠났든, 그의 일가족이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어떤 형벌을 받게 되든, 그리고 살아있는 권력에 맞섰던 검찰총장이 사표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든 아니든 그러한 것들은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놓인 절체절명의 과제는 경제와 안보다. 달리 말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국가 경제는 9년 뒤 나랏빚이 작년 전망보다 32% 뛴 1490조원이 된다고 하는데도 어제 대통령이 처음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놓은 해법이 "재정지출을 늘려라"일 뿐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곳간을 거덜내면서 철저한 포퓰리즘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나라 안보는 북한의 핵보유와 탄도미사일이 묵인되는 상황 속에서 한치 앞을 모르고 표류하고 있다. 이렇듯 부국강병의 둑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문 대통령 한 사람 때문이라고 보는 애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권이 이러한 난국(亂局)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근원에는 문 정권을 뽑아준, 혹은 문 정권이 탄생하도록 내버려둔 유권자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다른 무엇보다 선거가 중요한 것이다.

다들 아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이 말을 선거 구호로 썼다. 빌 클린턴의 이 구호가 제대로 먹혀 들어가면서 조지 부시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이 됐다. 당시 조지 부시가 현직 대통령이었는데도 빌 클린턴에게 고배를 마셨던 점을 감안하면 이 문구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미국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파고들었다.

그 뒤 이 문구는 아주 대단한 효력을 발휘했다. 지금 한국도 마찬가지다. ‘조국 사태’가 두 달 열흘이 되도록 온 나라를 뒤덮었고 아직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바닥에는 역시 경제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사태가 ‘권력형 비리’로 불이 옮아붙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연말까지 경제가 조금이라도 풀리면서 다소 숨고르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겠지만, 경제 상황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러면서 저 사람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32.4%까지 떨어진 여론조사가 있듯 대통령과 여당이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게 되더라도 그 이탈표가 한국당으로 가지 않고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한, 범보수 야권이 분열돼 있는 ‘상수(常數) 조건’이 계속되는 한,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총선의 승산은 여권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가 중요하다는 것은 여당도 야당도, 양쪽 지지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지금 여당과 야당이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 검찰개혁, 사법개혁,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고 보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그들은 오로지 선거법이 바뀔 것인가, 아니면 선거법 개정이 무산될 것인가. 그렇다면 내년 4월 총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것은 나라와 국민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앞으로 여섯 달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구호는 이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선거야!" 광화문 광장에 수백만이 모인다고 한들, 조국 일가족의 비리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아무리 하늘을 찌른다고 한들, 그것이 선거로 집중되고 표출되지 못하면, 결과는 또 한 번 허무해질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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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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