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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제헌의원들은 비서 없이 사무관 월급에 버스 출퇴근했는데, 지금 국회는? [송의달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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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前 과학기술처 장관 인터뷰

“지금 우리에게는 단군신화의 ‘얼’만 있고 ‘대한민국’의 얼과 혼(魂)이 없다. 국가공동체에 진정으로 헌신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제헌의원들은 비서도, 승용차도 없이 버스나 전차를 타고 출퇴근했다. 지도층이 ‘선진국 겉멋’을 버리고 순수한 애국심, 공인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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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景石) 김진현 선생이 2024년 7월 3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100년 통사> 출간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협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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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0년 통사(1948~2048)>를 최근 발간한 경석(景石) 김진현(金鎭炫·88) 선생의 호소이다. 언론인(동아일보 논설주간)·장관·대학총장·이사장 등으로 일해온 그는 평생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붙잡아 왔다. 1977년 <한국주식회사>를 비롯해 ‘한국’ ‘대한민국’ ‘한인(韓人)’을 제목으로 단 6권의 저서가 그 방증이다. 제헌의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1948년 5월 31일 서울 광화문 중앙청에서 열린 제헌국회 개원식 참관기로 시작하는 이번 책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여럿 나온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두 문명(중국·미국)을 소화하고 4강에 둘러싸인 유일한 새 선진국”(30쪽)” “대한민국 불변의 정치 법칙은 자기성취 아닌 적(敵)의 자멸(自滅)로 정권을 획득하는 것”(121쪽) “북한은 한민족·한겨레이기를 거부하는 ‘김일성민족’ ‘주체교’의 사이비 종교집단”(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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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31일 서울 광화문 중앙청에서 제헌의회 개원식이 열리고 있다. 개원식에는 5·10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 198명(정원 200명)이 참석했다. 이승만은 개원식에 앞선 예비 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당선됐다. 소련은 남로당을 앞세워 5·10 총선을 방해하기 위해 전국에서 폭동을 일으켰지만 선거는 95.5%의 투표율로 마무리됐고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이승만은 투표율이 90%를 넘은 것에 대해 "우리 민족의 애국심을 세계에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출처='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기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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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선생이 2024년 7월말 출간한 <대한민국 100년 통사>. 그는 "유언장을 쓰는 심정으로 이 책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2022년 낸 <김진현 회고-대한민국 성찰의 기록>에 이은 책이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pdf 파일로 다운로드해서 무료로 책을 읽을 수 있다./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잘 살아보자’ 와 ‘해양화’의 합작품

필자는 2024년 9월 12일 낮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내 건물 7층에 있는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 1960년대 초까지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은 어떤 힘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악착같이 ‘잘 살아보자’, ‘우리도 번듯한 근대 독립국가를 이루자’는 얼과 혼의 힘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 분단에 따른 강요된 해양화(海洋化) 덕분이다. 한국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는 미국의 지원, 근대화를 먼저 이룬 일본의 존재, 그리고 한국인들의 우수한 개인 자질 요인이 어우러졌다.”

- 1945년 당시 2000만명의 한국인 중 이공계 박사가 8명이었음을 처음 알았다.

“20년 뒤인 1965년에도 한국에 이공계 박사는 고작 28명 뿐이었다. 이후 한국 정부가 고급인재 양성에 힘쓴 결과, 2021년까지 누적 이공·의약계 박사는 19만 2320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16명)와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 비중은 세계 1위와 세계 2위이다. ‘과학기술 중시 국가’로 변신하지 않았으면 한국의 극적인 도약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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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70년의 성취에 대해 ‘문명사(文明史)적 대기록’이라고 평가하시는데.

“진실로 그러하다. 1950년대 중반만 해도 대한민국 정부 재정의 60~70%는 미국 정부의 원조 자금으로 충당했다. 1945년 이후 독립한 150여개 제3세계 국가 중 한국은 유일하게 선진국에 진입했다. 대한민국은 후진국에서 출발해 중진국, 강소국(强小國), 중견국, 중추국가를 넘어 이제 ‘세계 중심국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 하지만 책에서 ‘도착 근대화’를 포함해 도착(倒錯)이라는 단어를 46번이나 썼다.

“대한민국에 퍼져있는 모순과 부조리, 비정상과 왜곡·퇴행을 묘사하는 표현이다. 세계사적으로 유일무이한 초(超)고속 압축 성장을 한 한국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특이한 역(逆)발전, 역성장 같은 도착적(perverted) 현상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초고속 외형성장 후유증...초유의 도착 현상들

그는 그러면서 몇가지 예를 들었다.

“세계 최악의 초저출생, 세계 최고 수준의 낙태율, 인구대비 성형 수술률 세계 1위, 세계 최상위권의 고소·고발·무고(誣告) 건수, 한국의 유교 전통가족 문화를 의심케할 정도로 높은 존·비속 살인·상해율, OECD 회원국 중 1위인 노인 빈곤율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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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구 1000명당 8.9건의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1위


- 이런 현상이 왜 21세기 대한민국에 가득한가?

“급속한 근대화, 특히 외형 성장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옳은길이나 바른 길이 아닌 지름길만 선택한 후유증이다. 교육, 사법, 정치 등 분야마다 현인(賢人), 인격자가 아니라 지름길 사용에 뛰어난 기술자들이 리더가 됐다. 한국 전체가 극성스러울 정도로 양적(量的) 성공에 집착한데 따른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그는 “특히 근대화 과정에서 동양 전통의 가족주의와 서양 근대의 개인주의가 결합해 가족 같은 ‘연대(連帶)의 사회공동체’를 만들지 못하고 돈 중심의 ‘가족 사리(私利) 추구’를 핵심으로 하는 ‘가족 이기주의’라는 변종이 등장한 게 큰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교회, 학교, 노조, NGO까지 ‘가족 이기주의’”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공법(公法) 인격인 교회, 학교, 언론, 노동조합, 시민단체(NGO), 정부 기관, 사법부, 국회 등까지 공익(公益) 보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패거리의 사리(私利)를 최우선하고 있다. ‘집단 이노베이션(혁신)’이 요구되는 21세기 뉴 노멀 시대에 이런 결함은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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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비리로 논란을 빚은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23년 6월 5일 한 직원이 홍보물을 보고 있다./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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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한국인들은 단군 이래 최고 절정기에 있으면서 최악의 나락(奈落·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책에서 경고했는데.

“대한민국 70년의 성공을 견인해온 얼과 혼은 물론 한국에 유리했던 국제 환경까지 사라졌다. 그리고 국내에선 도착적 병리(病理) 현상들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수도 서울의 공원과 광장에 동상을 세울 대통령이 없는 나라, 화폐에 쓸 대통령과 어른이 없는 나라가 됐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이 신라 992년, 고구려 약 708년, 백제 678년, 고려 474년, 조선 518년 하듯 500년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 고려, 조선처럼 500년 갈 수 있을까?”

그는 “세계적 인류학자인 유발 하라리(Harari)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의 지적대로 한국은 ‘인류 딜레마가 가장 농축된 지역’으로 80억명 넘는 ‘인류 지구촌 문제군’의 최중앙에 서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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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히브루대 역사학과 교수(사진 오른쪽)와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사피엔스> 책 표지/조선일보 DB


- 한국의 초저출생, 급속한 지방 소멸 같은 문제들은 난제(難題) 중의 난제인 것 같다.

“우리 문제를 푸는 해답은 선진국이나 제3세계를 아무리 들여봐도 나오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어느 나라도, 어떤 선구자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문제 해결과 이를 통한 문명 창조라는 과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단군 이래 한인(韓人)에게 주신 최상(最上)의 선물이자 가장 보람된 일이다.”

그는 “한국이 여기에 성공하면 지구촌 근대문명의 쓰레기 처리와 새로운 문명 창조라는 천명(天命)을 이뤄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지만, 이에 실패한다면 한국은 생존 마저 위협받는 절명(絶命)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 지금 한국인들의 역량과 의지를 평가하신다면?

“다행히 우리는 이를 극복할 저력(底力)이 있다고 본다. 자유가 주어지면 폭발하는 한인들의 개인 재능요소는 놀라울 정도로 서방의 유대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자, 활자, 종이, 역사기록, 과학기술, 금속 같은 문명 수준에서 보듯 창조적 유전자를 지닌 한국인들은 목표를 정해 마음만 먹으면 어떠한 문제도 극복한다.”

◇“문제의 뿌리는 한국 정치의 ‘썩은 리더십’이다”

- 하지만 현실을 보면 답답하다. 가장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모든 국가 공동체 생존의 시작과 끝은 정치(政治)인데, 한국 정치권의 ‘썩은 리더십’이 공동체의 타락과 얼의 사망, 사회적 혼돈을 낳고 있다. 지금 정치는 식량·에너지 안보, 국방 등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은 무시한 채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매달리고 있다. 국회의원은 1억 5000만원이 넘는 고액 연봉에 줄잡아 186가지의 특권을 누린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구의 국회 출장소 소장’ 역할에 머물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도 5년 임기 고액 월급쟁이처럼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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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의 최고 기밀활동을 하는 정보사령부의 비밀 정보활동이 내부 알력으로 까벌려지는 나라, 4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데 어느 한 나라를 탐구하는 제대로 된 연구소 조차 없는 나라, 중국, 북한, 러시아 등 핵 보유국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핵방공호가 없고 1년 내내 핵방공 훈련 한 번 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 외형상 선진국인 한국이 내적으로 허술한 나라라는 말씀인가?

“인구 600만명의 스위스에는 30만개의 일반 방공호와 5000여개의 핵 방공호가 설치돼 있다. 방공호 안에서 학교 수업이 가능하고, 모든 가정은 항상 2주 분량의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다. 주변국 중 핵 보유국은 프랑스 하나 뿐인데도, 스위스는 ‘국가의 기본’에 지극히 충실하다. 지구상에서 핵무기 밀도가 가장 높은 한국에선 문재인 정부시절 주무 장관(행자부 장관)까지 평화 타령만 했다. 이래선 선진국은커녕 국가공동체로서 존속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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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중립국 스위스의 개인 주택에 마련돼 있는 지하 방공호 입구 모습/출처=https://www.swissinf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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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왼쪽부터)


- 국가공동체에 혼(魂), 얼, 가치가 왜 얼마나 중요한가?

“어느 나라도 얼, 혼, 에토스(ethos), 신화 같은 정체성이 국민 사이에 스며들지 않고는 지속·유지·발전할 수 없다. 제도와 틀이 아무리 그럴 듯 해도, 얼과 혼이 썩으면 무너진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퇴임 보름 만에 중국 기업에서 1시간 강연후 사례비 50만 달러를 받았고,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퇴임 1주일만에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 이사를 맡았다. 혼과 얼이 없는 리더십은 국가공동체 몰락의 출발점이자, 국가 혼돈의 핵심이다.”

◇“한국 국회는 세계 최고 연봉 받는 특권 카르텔”

김진현 선생은 이렇게 밝혔다.

“우리나라의 성공은 이땅의 우리들 외에 안팎으로 얼이 있는 지도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이 500여년 가는 국가가 되려면 목표와 혼, 가치를 창조하려 결단하는 지도자들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지극한 간절함과 정성으로 대한민국의 새 길 찾기에 앞장서야 한다.”

- 3, 4류 보다 못한 5~6류 평가를 받는 한국 정치에서 그게 가능할까?

“제헌의원들은 1명의 비서도, 1대의 승용차도 없이 버스나 전차를 타고 출퇴근했다. 제헌의원들이 받은 세비(歲費)는 중앙청의 사무관 수준이었다. 그들은 헌법 제정 기초 작업을 하느라 주말도 없이 일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국회는 소득수준이나 인구 비례로 볼 때, 세계 최고 연봉을 받고 많은 비용을 쓰는 특권(特權) 카르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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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상 첫 자유민주 보통 선거였던 1948년 5월 10일 제헌(制憲) 국회의원 선거 당일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모습. 이 선거의 투표율 95.5%는 지금까지 역대 선거 최고 투표율 기록으로 남아 있다./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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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미국 하와이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서거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미망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이승만이 추진한 '경제개발 3개년 계획'에 바탕을 두었다./출처='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기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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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얼이 있고 정도(正道)를 고집하면서 헌신과 눈물, 청빈으로 대한민국을 세운 선배 지도층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얼과 혼이 있는 지도자는 이승만박정희 두 분이었다. 공인(公人)의식으로 범위를 넓히면 지지기반인 민노총과 싸우며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관철시킨 노무현까지 세 명 정도다. 세 분의 대통령직 수행처럼, 선공후사(先公後私)에 충실한 적실(適實) 리더십이 중심과 모범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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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보고 받으면서 협상 타결을 공식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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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2년 반 후인 2027년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데.

“새 대통령은 정적(政敵)까지 포용할 수 있는 품성과 기존 삶의 방식과 절연하고 국가 지도자로서 거듭나겠다는 ‘자기 선언’을 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적 생존 조건에 무엇보다 철저해 대통령부터 ‘1당(當)36′ 또는 ‘1당 40′의 각오와 의지로 행동하길 바란다.”

- 2024년과 2027년 상황에서도 ‘1당 40′이 필요한가?

“우리는 국토면적에서 세계 1등 러시아, 3등 미국, 4등 중국, 62등 일본에 둘러싸인 101등이다. 인구는 1등 중국, 3등 미국, 9등 러시아, 11등 일본에 둘러싸인 28등이다. 대한민국 국민 각자는 36~40배 많은 인구의 4대 강국(强國)과 경쟁하며 부대끼면서 살아야 한다. ‘1당 40′을 목표로 매진하는 것은 한국인의 숙명(宿命)이다.”

◇“대통령부터 ‘1당 40′의 각오와 의지로 행동해야”

- 대한민국 지도자들 중 ‘1당 40′을 실천한 인물이 있나?

“미국을 가장 잘 알고, 미국을 가장 잘 활용한 이승만 대통령이다. 그는 ‘1당 100′의 능력과 안목으로 공산화를 막고 자유 대한민국을 세웠다. 국민 누구는 1당 5, 1당 10, 어떤 이는 1당 50, 70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 각자가 자강(自强)·자성(自成)을 목표로 일할 때, 4대 강국과 당당하게 공영(共榮)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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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에 김진현 논설주간이 쓴 칼럼. 그는 이 글에서 "한국 국민이 미국·소련(현 러시아)·일본·중국에 맞서 생존하려면 1당(當) 36의 자세로 분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85년 3월부터 1990년 11월까지 그는 2주 마다 동아일보에 120여편의 칼럼을 썼다./송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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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강(自强)’이라는 단어를 책에서 57번 언급했다. ‘자강’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에 미국 언론사들은 10명, 중국은 8명, 일본은 5명, 한국은 1명만 보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한국 기자 1명이 미국 언론인 10명 중 1명 역할을 넘어 3명 또는 4~5명 몫까지, 취재와 기사 작성에 열과 성을 다하려 의식하면서 행동하자는 것이다.”

◇“언론·기업·과학·예술인도 ‘1당 40’ 각오로 일해야”

그는 이어서 말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 1위를 다투는 2차전지 분야에서 중국 CATL 한 회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한국 배터리 대기업 3사의 합계 보다 3배 정도 더 많다고 한다. 여기서 한국 연구원들은 중국인 1~2명 몫이 아닌 3~4명, 5~10명을 상대하며 능가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일해야 한다. 이는 정치·언론·기업·과학·예술·문화·종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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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위이자 세계 1위 2차전지(배터리 기업)인 CATL이 중국 푸젠성 닝더(宁德)시에 지은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 ‘21C 랩’ 조감도/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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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인 2048년까지 통일한반도 국가를 이뤄야 한다고 책에서 주장했다.

“지도층이 그런 목표와 비전을 갖고 국가경영을 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203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얼과 혼이 되살아나야 한다. 2048년에는 K-팝 등을 넘어 K-얼, K-정신, K-정치로 세계 으뜸이 되는 꿈이 실현되는 것을 지하(地下)에서라도 꼭 보고 싶다.”

- 대한민국 제 2도약의 요람이자 젊은이들의 천국인 판교 테크노밸리 한복판에 계시는데.

“이곳 근무자 가운데 아마 내가 최고령자일 것이다. 그래서 외롭다. 하지만 행복하다. 대부분 손자뻘인 20~30대들과 호흡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며 이바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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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100년 통사>;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성수 전 대주교, 김진현 선생 부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손경식 경총 회장, 정철원 협성문화재단 회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협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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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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