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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레바논으로 가자전쟁 확전 양상...미, 자국민 대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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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해 불꽃이 튀는 모습이 21일 남부 레바논 자우타르 마을 외곽에서 포착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저녁 레바논에서 더 많은 헤즈볼라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나바티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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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공격에 이어 표적 공습으로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까지 살해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여가자 미국이 자국민들에게 레바논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아닌 북부 지역을 위협하는 헤즈볼라로 공격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지속적인 충돌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레바논에 있는 미국 시민들은 상업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레바논을 떠나라. 미국 대사관은 레바논에 남기로 한 미국 시민을 지원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21일(현지시각) 새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가능하다면 위기 발생 전에 레바논을 떠나라”던 지난 7월 여행 경보보다 수위가 높아졌다.



17일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 폭발 공격에서 시작된 전운은 2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아파트 2동을 표적 공습해 붕괴시키면서 더욱 치솟고 있다.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이끈 이브라힘 아킬과 아흐메드 와비 등 고위급 지휘관 1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39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본격화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과의 충돌 중 헤즈볼라가 입은 가장 치명적인 피해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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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구조대원들이 21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생한 잔해를 굴착기로 치우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헤즈볼라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을 포함해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20일 베이루트에서 ‘표적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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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에도 교전은 계속됐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 움직임을 포착했다며 이날 밤 남부 레바논 전역에 대한 두 차례의 공습을 감행했다. 첫 번째 공격에서는 약 290개의 목표물을, 두 번째 공격에서는 110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도 22일 미사일 수십발을 이스라엘 북부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로 발사했고, 19일에도 로켓 140발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지만 이스라엘의 공습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선호출기와 무전기가 동시 폭발하면서 대원 수천명이 무력화됐고, 통신체계도 붕괴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기반을 둔 연구 기관 채텀 하우스의 연구원 리나 카티브는 뉴욕타임스에 “18년간의 ‘상호 억제’가 이제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우위’로 전환됐다”며 “‘뚫을 수 없는 조직’이라는 헤즈볼라의 외관은 산산조각 났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헤즈볼라를 얼마나 압도하고 있는지를 화려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일련의 공습은 이스라엘이 가자전쟁의 초점을 하마스에서 헤즈볼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의 전략적 목표로 헤즈볼라와의 국경 지대 충돌 탓에 북부 이스라엘에서 대피 중인 6만명의 주민 귀환까지 포함된다고 발표한 뒤 헤즈볼라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20일 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새로운 단계에서의 일련의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왔다. 이때문에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약 10만명의 이스라엘 주민들이 ‘난민’이 됐다. 이스라엘 주민이 난민이 되는 사태는 건국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의 이런 발언은 지상 침공을 의미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해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충돌이 중동 전역에서의 전쟁으로 확산할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21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전면전이라는)실질적이고 심각한” 위험이 있으며, 미국이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나지브 미카티 총리 대행은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을 취소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강화가 외교적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긴장 고조가 헤즈볼라가 외교적 해결책에 동의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논리를 이해하고 동의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이 매우 위험하며 쉽게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에서는 이번 주에만 최소 7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레바논에서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 수는 740명을 넘어섰다. 2006년 전면전 이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가장 심각한 충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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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으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레바논 남부 자우타르 마을의 모습.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21일 레바논 내 헤즈볼라에 속한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습은 20일 베이루트 남부 교외를 겨냥한 공격으로 헤즈볼라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을 포함해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나바티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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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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