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3 (월)

`천연자원` 모래의 수난을 고발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공기와 물처럼 주변에 너무나 흔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물을 물 쓰듯 쓰고,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선호한다. 모래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물과 공기는 미디어를 통해서라도 그 중요성이 강조돼왔지만 모래는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여전히 모래가 무한히 많아 언제든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빈스 베이저의 '모래가 만든 세계'는 이런 통념과 정반대 견해를 내놓는다.

모래는 석유만큼이나 우리의 문명을 뒤바꾼 중요한 천연자원이며, 무한하지도 않아 이를 두고 환경 파괴, 도둑질, 살인 등 치열한 쟁탈이 벌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모래가 이렇게 많이 쓰이게 된 배경을 추적하며 모래가 파헤쳐지는 여러 장소로 독자들을 이끈다.

제1장은 불법 모래 채취를 막다가 목숨을 잃은 52세 농부 팔레람 차우한의 얘기로 시작된다. 마을의 모래를 불법으로 가져다 파는 이른바 '모래 마피아'들에 반대해 시위에 앞장선 그는 하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집안을 습격한 사내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사건을 조사하러 간 저자는 모래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하며 취재를 시작한다. 제2장과 제3장의 주제는 우리 삶의 토대가 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다. 20세기에 고층 건물들을 짓는 데 많이 쓰인 콘크리트와 고속도로 건설에 필수적인 아스팔트에 대해 조명한다. 제6장에서는 지하에 매장된 셰일 가스 추출에 사용하는 수압파쇄용 모래 채굴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수압파쇄용 모래를 걸러내는 공장과 모래광산을 방문한 저자는 이로 인한 환경 피해의 현장을 목격한다.

저자는 모래가 만든 세계를 추적하기 위해 각지를 돌며 많은 사람들을 취재한다. 모래로 세계를 바꾼 혁신가들부터 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환경 보호가들, 모래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모래 도둑, 모래 마피아까지 다양하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