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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사회가 정한 틀보다 내 주관대로"…소피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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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사회가 정한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거침 없이 말하는 `소피커`가 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기도 소재 모 대학의 상담학과 학회장은 지난주 학술대회를 마치고 회식에 참여해달라는 문자를 신입생 단체 채팅방에 남겼지만 참석 의사를 밝힌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과거엔 단체생활의 일환으로 회식을 가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요즘 대학가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 한 19학번 신입생은 "회식을 가면 밤새 술만 마실 게 뻔한데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해서 학점을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취업에 성공한 마 모씨(27)는 적어도 30세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딩크족(아이없는 맞벌이 부부)'을 자처했다. 이씨는 "불안정한 사회 탓에 갈수록 만족과 행복을 느끼지 않는데 무턱대고 가정을 꾸리는 건 너무 무책임"이라면서 "사회가 정한 틀에서 벗어나 내 소신대로 자유롭게 살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사이에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가치를 거리낌 없이 말하는 '소피커(所/小+Speaker의 합성어)'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보편적 정의 혹은 대의가 소신이었지만 이들 세대에게 소신은 '나의 정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2018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에 자신만의 소신을 만들어 표출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밀레니얼 세대 92.3%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가 65.1%,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가 61.4% 등 과거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CJ ENM 음악 채널 Mnet '고등래퍼 시즌 2' 우승자 김하온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1등부터 꼴등까지 나열하는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부모님께 앞으로의 계획이 담긴 '자퇴 계획서'를 보여드린 뒤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하온은 자신만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노래를 발표해 큰 인기를 얻으며 '자아실현의 아이콘'이 됐다.

온라인을 소신 표출의 통로로 사용하는 것도 소피커의 특징이다.

지난 7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여전히 한창인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노노재팬', '#BoycottJapan' 등이 온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피켓을 들고 거리를 나섰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관계자는 "소피커는 사회나 타인의 인정보다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먼저 추구한다"면서 "전 세계 미래 소비 주역인 만큼 이들의 선호에 따라 산업은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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