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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로컬푸드’ 첫 씨 뿌려 3200개 일자리… 경제 살고 귀농 늘고 [농축산업은 일자리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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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지역경제·일자리 살리는 로컬푸드 <끝> / 2008년 도입한 완주군 성공사례 / 당일 수확 지역 농작물 소비자 직거래 / 직매장 12곳·농가 식당 4곳 판로 확장 / 연매출 540억원, 2500개 농가에 환원 / 두부·장·치즈·김치 등 가공 농식품 납품 / 노인 일자리 창출 ‘마을 기업’도 110여개 / 경제 활성화 인구 8년 새 1만명이나 늘어

세계일보

“전북 완주군 지역 농산물 소비량은 600억원이 넘고 지역 내 (직접) 고용규모도 350명에 이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마상진 연구위원은 “농업·농촌분야 일자리는 증가된 부가가치와 사회적가치가 참여자와 지역에 돌아가는 지역순환형 일자리”라며 그 대표적 예로 완주군 로컬푸드를 들었다.

2008년 국내에서 처음 로컬푸드 운동을 시작해 2012년 첫 직매장을 연 완주군은 지난해 12개 직매장에서 513억8900만원, 공공학교급식에서 72억7600만원, 4개 농가레스토랑에서 13억8900만원, ‘건강밥상 꾸러미’사업에서 7억3800만원 등 607억9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액의 90%인 약 540억원은 완주군 내 2500여개 중소농에게 돌아갔고, 직매장 및 농가레스토랑, 급식지원센터와 같은 새로운 임금 근로자 215명을 비롯해 35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마 연구위원은 “완주군 사례가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2024년 유급 고용 창출 규모는 9만2000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9만의 소도시, 로컬푸드 성지로 거듭나

로컬푸드가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수송 및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말한다. 농식품 생산자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안정적인 구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또한 당일 생산된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약 30% 싼 가격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로컬푸드의 가치는 단순히 지역경제 활성화에 머물지 않는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중소농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등 가속화하고 있는 농촌 소멸 위기, 지구온난화의 한 요인인 푸드마일리지(먹거리가 생산자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 증가 등의 대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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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은 ‘생산자와 소비자는 물론 지역경제, 생태·환경 모두가 행복한 밥상’이라는 로컬푸드의 이상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모범사례로 통한다. 로컬푸드 운동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1년 완주군 인구는 8만6000명 정도였다. 이 중 약 20%가 농가였는데, 생산농지가 1㏊ 미만인 중소농이 72.8%, 65세 이상인 고령농은 36.5%에 달했다. 다른 시·군 농업인과 마찬가지로 농산물 폭락에 눈물짓고 대형유통업체·산지수집상 횡포에 시달렸다.

완주군이 지역 생산·유통·경영·복지 혁신 및 활력 증진을 위해 2009년부터 해마다 군비 5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농업농촌발전 약속 프로젝트’ 정책 대상도 이들 소농과 고령농이었다. 농가 생산과 경영, 복지 혁신 및 활력 증진을 통해 0.5㏊ 이하의 3000여농가의 경우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한 달에 150만원을 버는 농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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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더뎠지만 과정은 탄탄했다. 인구 65만명의 전주 배후도시라는 이점을 살려 소량 다품목, 연중출하 시스템으로 전략을 세웠다. 초반에는 건강밥상 꾸러미 사업, 학교급식 등을 통해 지역서 생산된 농산물을 직접 판매·납품하는 방식을 주로 하다가 2012년 완주군과 10개 농·축협이 출자해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현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를 설립해 직매장을 통한 판매 등으로 판로를 확대했다.

◆경제 활력을 넘어 포용적 지역 성장으로 진화

2012년 용진1호점과 효자점을 필두로 로컬푸드 직매장이 12곳으로 느는 과정에서 농식품 생산 마을공동체사업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완주에는 원용복마을 등 두부를 만드는 7개 마을과 장류, 치즈, 김치류, 반찬, 빵, 아이스크림 등을 생산하는 마을 회사가 110개가 넘는다. 공동 디자인을 개발, 사용하고 용기의 공동구매, 통합 배송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제반 비용을 절감해 판매단가를 더 낮출 수 있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민가공센터도 고산과 구이 2곳에서 운영 중이다. 농민들은 시설·장비 구입 및 인허가에 대한 어려움 없이 가공센터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시장반응을 미리 테스트할 수 있다. 완주군청 관계자는 “농민가공센터 매출은 2014년 5억7900만원에서 2017년 10억9200만원으로 증가했고, 이 중 77%는 농가에 환원됐다”며 “전문적인 인큐베이팅과 컨설팅으로 제품의 질이 올라가니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농산물 부가가치가 제고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약 10년에 걸친 로컬푸드 활성화로 완주군의 경제적 활력은 크게 증진됐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대폭 늘었다. 마 연구위원에 따르면 완주 로컬푸드는 생산부문에서 2300명(고용 100명, 취업 2200명), 가공부문에서 869명, 유통·외식 등 서비스부문에서 368명 등 2010∼2017년 총 3200개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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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에 참여하면 소규모 농업으로도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다 보니 귀농·귀촌 인구가 2014년 898가구에서 2018년 2679가구로 3배 늘었다. 농촌에 살고 있으나 농사를 짓지 않는 노인들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로컬푸드에 참여하는 70세 이상 고령농가는 2014년 145명에서 2018년 230명으로 늘었다. 완주군의 10월 현재 인구는 9만6000명으로 2011년보다 1만명 더 늘었는데 2025년까지 15만 도농복합 자족도시를 만드는 게 군의 목표다.

자타공인 ‘로컬푸드 1번지’인 완주군은 이제 ‘소셜굿즈’(Social Goods)라는 이름의 푸드플랜 확장판을 추진하고 있다. 소셜굿즈는 로컬푸드에서 쌓은 경험과 신뢰, 마을공동체 등을 활용해 지역경제와 사회복지, 교육, 돌봄, 에너지 등 주민들 삶 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푸드플랜은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도농을 잇는 가장 치유력 높은 사회연대 경제모델”이라며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의 효율적 연계를 통해 지역공동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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