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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경제 상황 녹록지 않다” 판단… 민간투자 활성화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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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부총리 없이… 文 대통령 이례적 경제장관회의 주재 / 정부 확장적 재정·수출기업 지원 / 규제혁신 통해 투자 환경 등 조성 / 주거 공급·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 생활 SOC 투자도 더욱 속도 주문 / “40대·제조업 고용 감소 아픈 부분” / 건설 투자 확대 놓고는 해석 엇갈려 / 홍남기, 뉴욕서 한국경제 설명회 / “재정 등 견고… 강한 복원력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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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경제 회복 노력 확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과 함께 민간 투자의 활성화를 주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최근 들어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들과 행보를 한 데 이어 건설투자까지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이날 문 대통령이 경제장관회의를 연 것은 지난해 12월 확대경제장관회의 이후 10개월 만이다. 더구나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빠진 가운데 경제 관련 장관을 소집한 건 그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외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0%로 크게 낮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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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경제장관회의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무역 갈등의 심화와 세계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 같은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장관회의 소집은 이와 함께 ‘조국 사태’와 북·미 대화의 답보에 따른 약화된 국정 동력을 경제 및 민생행보를 통해 회복해 다시 국정 장악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확장적 재정과 함께 민간투자 활성화를 강조한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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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투자와 규제혁신 등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벤처 투자도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며 “기업투자를 격려하고 지원하며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투자 장려와 함께 현 정부에선 그간 꺼려왔던 건설투자를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주거공급과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을 주문하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교육 복지 문화 인프라 구축과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투자’라는 단어를 10차례나 반복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마중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필요한 것(건설투자)들은 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라며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건설투자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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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인트 레지스호텔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갖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문 대통령은 또 “청년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지시했다”며 “최근 고용상황에서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가장 아픈 부분으로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검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주 52시간제 보완책과 관련해 국회 입법상황을 봐가며 정부가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추가 보완방안을 노사 의견수렴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1시간30분가량 식사와 담소를 나눈 뒤 영상회의실로 옮겨 1시간45분가량 회의를 진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서로 사정들을 잘 알고 있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인 자리여서인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각자 부처에서의 애로사항은 물론이고 ‘이 부분은 여기와 같이 협업하면 좋겠다’는 것까지도 자유롭고 다양하게 의견들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서 “한국 경제는 튼튼한 대외건전성과 견고한 재정, 균형 잡힌 산업구조의 3대 충격 완충장치를 바탕으로 강한 복원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명회에 참석한 미국의 금융 리서치업체 ‘에버코어ISI’의 딕 리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보다는 (한국 경제를) 약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성장률이 2%보다는 좀 더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년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있다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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