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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국민의 사법부’ 맞나…법원 판결문·일반정보 공개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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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 높아… "투명성 매년 악화" / "판결문 공개 확대" 대법원장 약속에도 일선은 미적거려 / '국민의 사법부' 다짐한 김명수號 법원, 결국 '공염불' 되나

‘조국 사태’를 마무리지은 요즘 법조계의 최대 화두는 다름 아닌 ‘판결문 공개 확대’다. 그런데 법원이 판결문은 물론 재판 과정이나 결과와 무관한 일반 행정정보마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김명수 대법원장이 약속한 국민의 사법부 맞나’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마침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은 올해 초 창간 30주년을 맞아 연재한 특집 시리즈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를 통해 법원 판결문을 포함해 입법·사법·행정부가 보유한 모든 행정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세계일보 5월7일자 1·8면 참조>

◆법원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 높아… "투명성 매년 악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7일 법원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들어 “법원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의 비공개율이 행정부의 4배, 헌법재판소의 7배를 넘으며 사법부의 투명성이 매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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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뉴스1


정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대법원 및 헌재로부터 정보공개 청구 처리현황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를 분석해보니 법원의 경우 2014년에 처리한 876건의 정보공개 청구 중 99건을 비공개 결정하며 11.3%였던 비공개율이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무려 21.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건 중 1건 이상을 공개 거부로 결정한 셈이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공공기관을 포함한 정부의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은 2014년 이후 3∼4%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과 더불어 양대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의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은 2017년 1.8%, 2018년 3%에 각각 그쳤다.

지난해 기준으로 비교하면 법원의 정보공개 청구 비공개율이 헌재보다 무려 7배나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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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법원의 재판 업무 특성상 다른 헌법기관보다 정보공개에 제한이 따를 수 있으나,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법원의 투명성이 매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법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라며 “법원은 정보공개 청구를 적극 인용,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법부 신뢰 회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결문 공개 확대" 대법원장 약속에도 일선서 미적거려

일반 행정정보와 별개로 판결문 공개는 법원이 당면한 가장 민감한 현안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 공개 확대’를 공언했음에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16일 광주를 방문해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한 자리에서 “판결의 투명성을 위해 판결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이고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산이므로 이른 시일 안에 많은 국민이 판결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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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9월 16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당에서 '법원과 법률가는 어떤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선 법원에선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법 및 산하 지방법원 국감에서 김흥준 서울남부지법원장은 판결문 공개 확대가 잘 안되는 이유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아무래도 판사가 본인의 판결이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법조계 일각에는 ‘판결문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현재 판사들이 광범위하게 누리는 재량권이 확 줄어들까봐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편의를 봐주는 속칭 ‘전관예우’가 힘들어질까봐 그런 것이란 의혹도 진작 불거진 상태다.

금 의원은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면 전체 판결문 중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대리하는 사건이 몇 개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런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전관예우를 의심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면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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