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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영유아는 감기 앓다 중이염 걸리기 쉬워… 열나고 자꾸 귀를 만지면 의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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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전문의가 말하는 중이염

중이염 환자 한 해 215만명 중 1·2세 아이가 42만명이나 차지

방치하면 청력·언어 발달에 문제… 감기 걸리면 귀 검사도 함께 받아야

"평소 손 자주 씻고 면역력 관리해야"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강모(36)씨는 최근 가슴이 철렁했다. 태어난 지 6개월이 갓 지난 딸의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아이가 중이염을 앓은 지 꽤 됐다"고 한 것이다. 며칠 전 딸이 한밤중 갑자기 열이 크게 올라 해열제를 먹였고 이내 열이 떨어져 병원에 가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강씨는 "아이가 자꾸만 귀를 만지면서 투정을 부리기에 잠투정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염증 때문에 아파서 그랬던 것"이라며 "평소 행동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필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환절기에 영·유아들의 감기가 중이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만성 중이염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감기가 걸리면 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가 중이염에 걸린 아이를 진료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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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뚝 떨어지는 가을 환절기는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중이염에 걸리기 쉬운 시기다. 어린아이들은 감기 후유증으로 급성 중이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때 치료를 받지 않아 만성 중이염으로 이어지면 청력에 이상이 오고 언어 발달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중이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열나고 자꾸만 귀 만진다면 의심해봐야



조선일보

중이염은 세균성 감염 질환으로 고막과 달팽이관을 잇는 중이(中耳·가운데귀)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뜻한다. 성인들도 걸리지만, 특히 돌이 지나지 않은 영아들이 중이염에 취약하다. 신체 구조상 코와 귀를 잇는 이관(耳管)이 짧고 직선으로 돼 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콧물과 감염균이 쉽게 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획 분석한 결과, 2015년 한 해 중이염으로 진료받은 215만8367명 중 만 9세 이하 환자가 절반 이상인 116만5431명(54%)을 차지했다. 2세 아이가 21만650명으로 가장 많았고, 1세 아이(21만13명), 3세 아이(18만3888명)가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는 "영·유아는 유전적 영향뿐 아니라 모유 대신 분유 수유를 하거나 간접흡연을 하는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중이염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중이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열과 귀의 통증이다. 심한 경우엔 귀에 물이 차거나 고름이 생기고, 구토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가 ▲귀를 잡아당기거나 귓속에 자꾸만 손가락을 넣는 경우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평소보다 잠투정을 심하게 하는 경우 ▲열이 나고 코막힘 증세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 등엔 중이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감기 증상 나타나면 귀 검사도 함께 받아야

영·유아에게 발생한 급성 중이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 중이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중이에 생긴 고름이 고막을 뚫고 나오게 되고, 이후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청력에 문제가 생기면 언어 발달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영·유아인 자녀의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대로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료를 받으면서 귀 검사도 받는 게 좋다.

급성 중이염은 대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강우석 교수는 "급성 중이염 치료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중요하다"며 "특히 고막 밖으로 고름이 흘러나온 경우엔 세균 검사를 실시해서 사용 중인 항생제가 적절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고막에 천공(구멍이 뚫림)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생긴 경우라면 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중이염은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감기가 중이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우석 교수는 "중이염이 전염되는 병이 아닌데도 어린이집 등에서 여럿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은 대개 감기가 서로 옮았기 때문"이라며 "평소 손 씻기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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