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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서울시, 세운3구역 임대주택 민간분양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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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사실상 분양주택” 주장 / 전체 996가구 중 10%인 96가구 / “민간 매각 처분 계획 市가 승인 / 재개발 사업자 739억 추가 이익” / ‘세입자 주거권 희생 구조’ 지적

서울 종로구 세운3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짓는 임대주택을 건설사가 민간분양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눈감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임대주택 확대라는 시정 기조와 달리 재개발 과정에서 나온 임대주택마저 민간분양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며 “이로 인해 세운3구역 재개발 사업자가 739억원의 추가 개발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서울시가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고, 국회 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심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세운 3구역의 용도를 상업·업무에서 주거로 변경하는 혜택을 줬다. 이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아파트 99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10%인 96가구가 법에 따라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경실련은 “세운3구역 사업자는 의무 건립한 임대주택을 서울시가 아닌 민간에 매각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가 이를 승인했다”며 “이는 사실상 분양주택”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민간임대특별법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는 최소 4년 이상 집을 빌려준 뒤 매각할 수 있다. 임대주택을 공공부문에 넘기면 표준건축비가 적용되나 민간 분양하면 주변 시세가 반영된다. 건설사 입장에서 더 많은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경실련은 세운3구역 사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요구한 분양가인 평당 3200만원을 적용할 경우 임대주택 분양에 따른 수익은 739억원, 재개발 사업 전체 이익은 367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세입자의 주거권을 희생해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챙겨주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경실련은 “서울시 재개발 사업으로 멸실되는 주택의 60%가 세입자 가구이지만 정비사업 후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기존 세입자의 4분의 1 규모”라며 “세입자의 4분의 3은 주거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의 34%가 재개발을 통해 나온 물량으로 재개발 임대는 서울시 공공주택 확충을 위한 주요 정책 수단”이라며 “민간 매각 승인으로 서울시가 공공임대를 확보할 중요한 수단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도정법상 시행사가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공공에서 매입할 강제 조항이 없다”며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준 게 아니라 법에 따라 구청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도정법은 ‘(공공부문은)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재개발 사업의 시행으로 건설된 임대주택을 인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사업자가 시장·구청장에게 임대주택 인수를 요청하지 않고 민간분양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도정법이 있더라도 서울시가 계획 인허가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다”며 “사업자가 요구하는 용도변경 등의 혜택은 다 들어줬으면서 어렵게 확보한 임대주택은 법 때문에 매입하지 못한다는 건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정법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국장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재개발임대주택 민간 매각을 막기 위해 국회가 나서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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