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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추리소설 쓰는 국가인권委 조사관 "재미가 최고, 그 다음이 사회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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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5권 쓴 송시우 주무관

조선일보

/이진한 기자


글쓰기를 부업으로 삼아 본업보다 더 유명해진 공무원들이 있다.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도 그런 인물이 있다. 추리소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송시우(40·사진) 주무관이다.

사회적 이슈나 배경을 작품에 담아내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평가받는 그의 소설 대부분은 드라마화(化)가 결정됐을 정도로 흥행성이 높다. 지금까지 낸 5권의 장편소설 중 3권이 드라마 계약이 성사됐다. 케이블 방송 OCN에선 지난달부터 송 주무관이 2015년 10월 출간한 장편소설 '달리는 조사관'을 원작으로 한 동명(同名) 드라마(주연 이요원·최귀화)를 방영 중이다.

어둡고 잔인한 살인사건을 상상해야 하는 추리소설가와 높은 인권 감수성을 요구하는 인권 조사관을 동시에 한다는 건 어떤 걸까. 최근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송 주무관은 "오히려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선악과 진실·거짓의 경계가 모호할 때를 자주 느낀다"면서 "추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찾는 것과 인권을 찾아가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송 주무관은 일과 추리소설 외엔 없다시피 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한 달에 많으면 (추리소설) 20~30권을 독파한다"며 "주말에는 망원동에 있는 추리소설 북카페에서 작품을 쓰는 게 일과"라고 했다.

처음 추리 소설에 빠지게 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영국 추리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나일강의 죽음'을 본 뒤 본격적으로 빠지게 됐죠." 2008년 직접 쓴 데뷔작인 단편 추리소설 '좋은 친구'를 냈고, 곧바로 국내 대표 추리문학 전문지 '계간 미스터리'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2012년 낸 단편집 '아이의 뼈' 역시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1년간 발표된 단편 추리소설 중 가장 우수한 작품에 주는 황금펜 상을 받았다. 송 주무관은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사회적 이슈나 배경은 사실 그 '재미'에 부합될 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설립 초창기 멤버인 송 주무관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인권위에 몸담고 있다. 조사관으로 일한 건 5년 정도고 지금은 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 '달리는 조사관'에는 인권위 조사관으로 겪었던 경험들이 녹아 있다. 송 주무관은 "사건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어 소설 속 사건은 여러 사건을 섞어 구성했다"고 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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