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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기자들 “알릴레오 성희롱 경악…유시민 사과방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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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여기자 좋아해 술술 흘려”

유튜브 방송 출연자 발언 후폭풍

“취재 능력 폄하, 고질적 성차별”

여기자협 “사과문 정도로 안 돼”

중앙일보

유시민 이사장과 장용진 아주경제 법조팀장, 황현희 개그맨(오른쪽부터)이 지난 15일 오후 알릴레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공방을 벌였던 KBS기자협회가 이번엔 “유 이사장의 방송에서 KBS 기자에 대해 성희롱 발언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는 16일 ‘<알릴레오>의 경악스러운 성희롱… 유시민은 책임 있는 자세 보여라’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이 발언이 취재 현장에 있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 보라”며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여성 혐오가 스며 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유 이사장은)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다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지식인’으로서 유 이사장의 상식과 양심이 남아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알릴레오’는 99만 명이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을 통해 방송한다.

KBS여기자회도 이날 낸 성명에서 “당신들의 발언은 여성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순수한 업무적 능력이 아닌 다른 것들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취재 능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고질적 성차별 관념에서 나온 말”이라며 “단순히 한 KBS 기자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여성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순수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알릴레오 여성기자 성희롱 발언, 묵과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성희롱 발언은)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 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 유린”이라며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는 사과문을 낸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 우리는 이 같은 일이 어느 자리에서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 이사장과 해당 기자의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희롱 발언은 지난 15일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알릴레오’ 생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됐다. 방송에서 한 패널이 “검사들이 KBS의 모 기자를 좋아해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고 말하자 다른 패널이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좋아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답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의 실명도 거론했다.

알릴레오 제작진은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을 공지하고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한 영상을 올렸다. 유 이사장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해당 기자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성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깊게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성찰하고 경계하며 저 자신의 태도를 다잡겠다. 해당 기자분과 KBS기자협회,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KBS 기자들과 유 이사장 측은 앞서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부터 갈등을 빚었다.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를 통해 KBS 기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산관리를 담당해 온 김경록(37) 프라이빗뱅커(PB)를 인터뷰한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BS 사측은 즉각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유 이사장의 계속된 의혹 제기에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나섰다. 또 ‘조국 사태’ 취재를 당시 법조 출입기자단이 아닌 특별취재팀에 맡긴다는 계획도 발표해 KBS 기자들이 반발했다.

김태호·신혜연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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